정치권에서 법제화가 논의되고 있는 성폭행범에 대한 물리적 거세가 과연 성범죄를 억제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물리적 거세는 성기를 자르는 것이 아니고, 남성의 음낭을 절개한 뒤 고환의 혈관과 정관을 떼내 고환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고환은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 기관이므로 고환을 떼내면 성적 욕구가 크게 줄어든다. 고환 1개를 떼면 남성 호르몬이 여전히 분비되므로 물리적 거세를 할 때는 보통 2개를 다 떼어낸다.
물리적 거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화학적(약물) 거세 방식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 투여가 끝나면 성 기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또 호르몬제 부작용으로 여성형 유방이 생기는 등 성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온다. 화학적 거세는 비용(정부 부담)이 많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15년간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1개월 치료비가 1인당 14만원이다.
하지만 물리적 거세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조강수 교수는 "남성의 고환을 잘라낸다고 성욕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는다"며 "약을 사용하면서 심리적 치료를 병행하면 성 충동을 억제하는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남성 호르몬은 고환에서 95%, 부신(콩팥위샘)에서 5%가량이 생기는데, 부신에서 나오는 남성 호르몬만으로도 성욕이 생겨 성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비뇨기과 교수는 "화학적 거세는 치료에 중점을 둔 데 반해, 물리적 거세는 고환을 아예 떼내 생식 기능을 완전히 회복 불가능하게 만드는 '처벌'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정재준 연구원은 "물리적 거세를 하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지만, 오히려 유사 성교나 변태적인 성행위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어린이 성폭력 대부분이 성기 삽입이 아닌 유사 성교에 의해 일어나는데, 물리적 거세가 이런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환 제거에 따른 신체적 부작용도 많다. 물리적 거세를 하면 정상적으로 분비되어야 할 남성 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긴다. 근육량이 줄면서 복부 비만과 골밀도 감소를 겪고, 얼굴에 붉은빛이 생기는 여성 갱년기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