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어린이 놀이터와 공원 산책로, 자전거길 등에 흔히 쓰이는 푹신한 고무 재질의 탄성(彈性) 포장재가 대부분 기준 품질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 놀이터 10곳 중 3곳은 탄성 포장 상태가 불량하여, 어린이가 놀이기구에서 떨어졌을 때 머리를 다칠 위험이 컸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 같은 불량이 발견된 20개 자치구와 한강사업본부 등에 시정·주의 조치 183건을 내리고 담당 공무원 3명을 징계하는 등 47명을 문책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시 감사관실이 지난해 이후 탄성 포장 공사가 이뤄진 어린이 놀이터 등 144곳에서 포장재를 채취해 품질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중 96.5%에 달하는 139곳이 품질 기준에 미달했다. 완공한 지 1년 만에 바닥에 깔린 포장재 곳곳이 들뜨거나 표면이 찢어지고, 균열되고 부스러진 곳이 즐비했다. 이런 부실공사에 자치구와 서울시 해당 사업소가 쓴 예산은 37억5300만원에 달했다.
또 탄성 포장 공사를 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어린이 놀이터 55곳에 대해 놀이기구에서 떨어졌을 때 머리를 다칠 위험성을 잰 결과, 15곳(27.3%)이 기준에 미달, 부상 위험이 컸다.
2010년 이후에 탄성 포장 공사를 한 236곳 중에서 전체의 24%에 이르는 56곳은 아예 부실시공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총 공사비 4억9500만원이 들어간 14곳은 탄성 포장재로 고무 칩만 써야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아스콘 등 혼합 골재를 섞어 시공했다. 고무 칩은 혼합 골재보다 가격이 2~3배 이상 비싸다. 감사관실은 저가 불량 재료를 써 공사업체가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또 총 공사비 10억6700만원이 투입된 42개 현장은 규격서에 적힌 탄성 포장 두께보다 얇게 시공했다. 이처럼 부실시공을 한 길은 탄력이나 충격 흡수율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
동대문구 성북천과 정릉천 산책로 등 5곳은 탄성 포장 공사를 할 때 관련 법을 어기고 공사 시행 방법을 바꿔 공사비를 과다하게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탄성 포장 공사는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급 공사로 시행해야 하는데 해당 구청은 이를 어기고 조달청 계약 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사비를 지급했다. 이 5곳 공사에 1억5900만원이 투입됐다. 탄성 포장재 표면의 고무 칩이 갈라지고 들뜨거나 부스러지는 등 많은 하자가 있는데 이를 보수하지 않고 방치한 곳도 20곳이었다.
감사관실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를 과다 지급한 5건에 대해 공사비 1억5900만원을 환수하고, 관련 공무원 3명을 징계하도록 했다. 또 탄성 포장 공사와 관련해 하자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공무원 25명을 훈계·경고, 19명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관실은 공사 현장에서 탄성 포장재 품질 시험을 의무화하도록 조달청에 요구하고, 현행 2년인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을 늘리거나 어린이 놀이터 탄성 포장재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