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태풍 '볼라벤'은 소멸했지만 기상청에는 불명예의 상흔을 남겼다. 기상청이 볼라벤의 진로를 초기 예보와 가깝게 맞추기 위해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는 데서 그렇다. 기상청은 2년 전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해 외국 전문가를 '기상선진화추진단장'으로 영입해 기상예보 선진화에 진력해 왔다. 정말 볼라벤의 진로가 조작되었는지는 조만간 가려지겠지만, 두어 가지 분명한 게 있다. 기상청의 예보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태풍 등 폭풍의 속도 단위는 초속(秒速)으로 하지 말고 시속(時速)으로 해야 한다. 기상청 예보는 강풍의 풍속을 '초속'으로 발표한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초속 30m, 40m 강풍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저 "지붕이 날아갈 정도"라고 부연 설명해야 알 듯 말 듯하다.

미국이나 유럽은 강풍의 속도를 시속으로 표시한다. 유럽에서는 시속, ㎞ 단위를 쓰고 미국은 마일(mile)을 쓴다. 강풍 속도를 '시속 180㎞'라고 하면 내 자동차의 속도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90㎞로 달리는 내 자동차의 속도보다 2배나 빠르다며 머리에 그 속도를 그릴 수 있다. 미국 CNN이나 영국 BBC 일기예보를 보면 ㎞나 마일로 표기된다는 데서 그날 강풍의 위력을 자동차 속도와 비교해 단박에 실감케 된다.

또한 TV 일기예보는 단순히 날씨를 평면적으로 읽어주는 데 그치지 말고 기상 상태를 기상학적으로 해설해 주어야 한다. 예컨대 내일이나 일주일 날씨를 예보할 때 춥거나 더워지는 원인에 관해 '아나운서'가 아닌 일기 '해설자'로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줘야 하는 것이다. 미국 CNN 방송의 여성 기상 캐스터 마리 라모스는 '넉넉한' 풍채에 의상마저 칙칙해도 기상 전문지식으로 쉽게 해설해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 준다. 풍속 단위를 바꾸는 데는 돈도 들지 않는다. 일기예보도 기상전문 지식 캐스터로 형식보다 내용으로 경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