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악한 아동 성폭행 범죄가 일어났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총 1만9498건이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2007년 857건에서 지난해 2054건으로 크게 늘었다.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희대의 성범죄가 최근엔 한 해에도 몇 차례씩 발생한다. 극악무도한 성범죄는 술, 게임 중독, 야동(포르노), 가정 해체 등 우리 사회의 병폐가 함께하고 있다. 이번 전남 나주에서 일어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술] 김수철·김길태·조두순… 술 취한 상태로 범행 강간사건 38% 술 취해 저질러, 매일 13건씩 일어나는 셈

"술 때문에 그랬다."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른 고종석(23)이 한 말이다. 고종석은 또 경찰에서 "(범행을 앞두고) 남동생, 친척 1명 등과 소주 대여섯 병을 나눠 마셨다"고 말했다. 끔찍한 성범죄 사건 피의자 대부분은 범행 당시 취해 있었고, 범행 이유로 어김없이 '술'을 지목했다. 언제부터인가 마치 '공식'처럼 우리 사회에 주폭(酒暴)과 성범죄는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어린 여자아이를 끌고 가 성폭행해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김수철·김길태·조두순도 고종석과 '판박이'처럼 술에 취해 있었고, 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2010년 초등학생을 자기 집으로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은 범행 당시 캔맥주 1개와 소주 1병, 맥주 2병을 마신 상태였고 "나는 맥주를 마시면 성욕을 느낀다. 술에 취해 경황이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2010년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와, 2008년 등교하던 나영(가명·당시 8세)이를 성폭행한 조두순도 마치 입을 맞춘 듯 "술 때문에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식'은 통계 수치로도 증명된다. 본지가 경찰청 협조를 받아 2007년부터 지난 4월까지 발생한 강간 사건을 분석했더니 술 마신 피의자가 저지른 강간 사건이 전체의 3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 마시고 벌어진 강간 사건은 매일 13.21건씩 일어나고 있다.

한양대 사회교육원 경찰행정학과 염건령 교수는 "술에 취해 감정 조절 기능과 충동 조절 기능, 이성적 판단력 등이 떨어진 피의자들이 성범죄를 본능적으로 저지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술이 곧 성범죄로 이어진다고 할 순 없지만, 평소보다 술에 취해있을 때 성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확연히 높다는 것이다.

[야동·게임] 서진환·김점덕 등 포르노 본 후 성범죄 저질러 고종석, 범행후에도 PC방 찾아

이번에도 '포르노(야동)'와 '게임'이 빠지지 않았다. 포르노와 게임 중독은 최근 벌어진 성폭행 범죄에 대부분 등장한다. 나주 성폭행 사건 피의자 고종석도 마찬가지였다. 경찰 관계자는 31일 "피의자가 평소 일본 아동 포르노를 즐겨 봤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에서 여자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범인 고종석이 31일 압송되어 나주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고종석은 지난 30일 새벽 피해자 집에 침입해 A양을 납치한 뒤 300m 떨어진 다리 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그대로 두고 간 것으로 밝혀졌다.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점덕(45)은 컴퓨터에 아동 포르노를 비롯해 포르노 동영상 70개를 저장해 놓은 '포르노광(狂)'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진환(42)도 범행 직전 자신의 컴퓨터로 포르노 사진 등을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 초등학생을 학교에서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도 범행 전날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10대가 등장하는 '야동' 52편을 봤다. 김수철이 갖고 있던 야동 목록에는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등장하는 일본 음란물과 납치·강간을 다룬 동영상이 포함돼 있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을 성욕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포르노물에 중독된 남성은 얼마든지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석은 심각한 수준의 게임 중독자이기도 했다.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PC방을 찾아 '아이온'이라는 온라인 게임에 밤새도록 빠져들었다고 한다. 고종석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곧장 전남 순천의 한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범행 직전 찾았던 한 PC방 관계자는 "고종석이 우리 PC방에서 쓴 돈만 150만원이 넘는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1500시간은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PC방을 전전하며 중독될 정도로 게임에 빠지면,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져서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 치안 인프라 부족… 집 안에서 납치사건 벌어져

등교하던 초등생을 납치 살해한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농어촌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또 발생했다.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 A(7)양이 납치돼 잔혹하게 성폭행당한 것이다. 사건 당일 A양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었고, 어머니는 사건이 발생한 날에 A양을 방치한 채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새벽 2시 30분이 돼서야 돌아왔다.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을 비롯해 경기도 안산에서 초등생을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 등 최근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는 대도시보다 주로 중소 도시나 농촌 지역에서 발생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92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성적인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농촌 학생은 4.8%로, 대도시(3.4%)나 중소 도시(2.9%)보다 더 높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치안 인프라가 부족해,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성범죄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나주에서 A양을 납치·성폭행한 피의자 고종석은 피해자 A양의 집에 직접 침입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고종석이 이처럼 대담하게 침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A양의 집에는 고종석을 막는 사람도, 잠금장치도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