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 순서대로 줄 서서 기다려주세요."
31일 낮 12시쯤 서울 여의도 복합쇼핑센터 IFC몰의 해외 의류 브랜드 H사 매장 앞에서 직원 안내에 따라 20∼30대 여성 20여명이 긴 줄을 섰다. 그들 앞에는 근육질 외국 모델 2명이 웃통을 벗은 채 서 있었다. 한 20대 여성은 반바지만 입은 두 모델 사이에서 한 손으로 모델의 허리를 감고 다른 한 손으로는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구경꾼 30여명은 매장 앞에서 그들을 에워싼 채 연방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 '조각 미남' 모델들은 H사 본사에서 마케팅을 위해 기용한 이른바 '판촉사원'이다. 지난 30일 IFC몰 개장과 동시에 국내에 처음 들어온 H사 매장은 입점 기념 이벤트로 매장 앞을 지나는 이들에게 반라(半裸)의 모델과 함께 사진 찍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같은 층의 다른 매장과 달리 H사 매장 앞은 손님들로 붐볐다. 모델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한 대학생 김수영(24)씨는 "모델이 멋있어서 친구까지 데리고 왔는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회사원 박미정(35)씨도 "점심시간에 짬을 내 쇼핑도 하고 사진도 찍으니 기분 전환이 된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뭐 하는 짓이냐"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회사원 조모(39)씨는 "(여성들이) 팔짱을 끼는 것은 예사고, 아예 대놓고 모델을 끌어안기도 한다"며 "아무리 마케팅이라지만, 남성의 성을 이렇게 상품화해도 되는 거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벤트가 현행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범죄처벌법상 '몸을 지나치게 내보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준 경우'는 과다노출죄를 물어 1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교도소 등에 최장 29일까지 수감할 수 있다. 또 형법에서는 '공공장소 등에서 음란한 행위를 해 다른 사람에게 수치감과 혐오감을 주는 경우' 공연음란죄로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황승태 공보판사는 "이번 사례의 경우 두 법 모두 적용될 여지는 있는데, 정도를 따져볼 때 과다노출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델을 매장 앞에 세우는 마케팅은 실제로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성행한다. H사 측은 2일까지만 이벤트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