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몬트클레어에 사는 간호사 킴 램지(44)는 전철로 직장을 오간다.
얼마전 그의 퇴근길은 유난히 고통스러웠다. 전철이 덜컹거리고 흔들릴 때마다 심하게 오르가즘을 느꼈기 때문이다.
램지는 집으로 오는 40분 동안 내내 양손을 깔고 앉아 입술을 깨물며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참아야 했다.
램지는 사실상 하루종일 오르가즘을 느낀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렇다. 열차에 탑승했을 때 뿐 아니라 운전할 때, 빨래할 때,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에도 쉽게 흥분한다.
많게는 매일 100여차례씩 느낀다. 이 정도면 느끼는 게 아니라 시달리는 것이다.
매우 희귀한 병이다. 램지의 증상은 ‘지속성 생식기 흥분 장애(Persistent Genital Arousal Disorder•PGAD)’다.
28일(현지시각) 영국의 ‘더 선’과 미국의 허핑턴포스트 등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된 램지의 증상에 대해 NBC뉴스가 30일 램지의 증상을 의학적으로 조명했다.
NBC뉴스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콘코디아대학 성(性) 신경과학 연구원 짐 파우스의 말을 인용해 램지의 지속성 흥분증상의 기본적인 원인은 생식기의 음핵신경이 끊임없이 자극받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파우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생식기에서 나타나는 성적 반응은 외부자극이 척추신경에서 뇌로 전달돼 혈액이 몰리는 충혈로 유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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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주 드물게 척추신경 부위에 물혹(cysts)이 있을 경우 이 물혹이 매우 경미한 움직임에 의해 곧바로 음핵의 지각신경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파우스의 말이다.
NBC 뉴스는 이에 관한 연구조사결과도 소개했다. 미국 럿거스대학 배리 코미사룩 교수는 램지처럼 PGAD 증상을 보인 18명의 여성을 정밀검진한 결과 12명이 척추에 물혹이 있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램지는 영국에서 살았던 10년 전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척추를 다친 적이 있었다. 이때 척추에 물혹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게 파우스의 추측이다.
램지에게 지속성 흥분 증세가 나타난 것은 지난 2008년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은 후부터다. 파우스는 잠복해있던 물혹이 이때 활성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김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