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을 통해 남베트남 정권의 몰락을 재촉했던 미국의 종군 사진기자 말콤 브라운(Browne·81)이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햄프셔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AP통신 소속 종군 사진기자였던 브라운은 1963년 6월 11일 남베트남에서 고승 틱쾅득(Thich Quang Duc)이 정권의 폭압에 항거해 분신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신문에 실렸고, 남베트남을 지원해온 미국이 고 딘 디엠 정권과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됐다. 곧이어 남베트남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그해 11월엔 쿠데타가 일어나 고 딘 디엠 대통령이 살해됐다. 이후 베트남 전체가 공산화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이 베트남에 군대를 파견하면서 베트남 전쟁이 시작됐다.

브라운의 이 세계적인 특종은 사실 다른 기자들에게도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사건이었다. 사건이 있기 바로 전날, 브라운이 속한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내일 매우 중요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정작 다음 날 현장에 나타난 것은 브라운뿐이었다. '설마' 했던 타사(他社) 기자들은 세계적인 특종을 현장이 아닌 사진으로 지켜봐야 했다.

브라운은 40년의 기자 생활 중 약 30년을 뉴욕타임스에서 주로 종군기자로 일했다. 분신 사진 등을 통해 베트남 실상을 알린 공로로 1964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는 기자 생활 내내 현장을 뛰어다니다가 2000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엔 줄곧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