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 년 전 조그만 은세공 전문 가게로 출발한 불가리는 이제 세계적인 주얼리·시계 브랜드로 성장했다.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어 여러 시대를 관통하는 명품이 된 불가리의 브랜드 스토리를 살펴본다.
◇자그마한 은세공점에서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
불가리의 역사는 1879년, 그리스 출신인 은세공업자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가 이탈리아 로마로 이주해 남의 가게 한 켠에서 자신의 은세공 작품들을 파는 것으로 시작했다. 소티리오의 독창적인 작품들은 인기를 끌었고 사업 시작 10여 년 만에 자신의 상점을 갖게 되었다. 1905년에는 상점을 로마의 번화가로 옮겨 영국과 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때부터 다양한 종류의 주얼리와 액세서리를 판매했고, 주얼리에 은세공의 예술성을 접목시킨 소티리오의 노력과 재능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소티리오의 뒤를 이은 두 아들 조르지오(Giorgio)와 콘스탄티노(Constantino)는 다양한 종류의 독특한 원석들을 활용해 브랜드를 발전시켰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프렌치 스타일이 대세였던 유럽에서 불가리는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이탈리안 스타일을 더욱 발전시켰고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주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예술적 취향을 제품에 반영했다.
이탈리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던 불가리는 1970년대 뉴욕·파리·제네바·몬테카를로로 진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향수·가죽제품·시계 분야로 사업도 확장해 나갔다. 클래식 시계 컬렉션인 '불가리 불가리'를 론칭한 것도 이때였다. 1980년 초에는 스위스의 뉴샤텔에 불가리 시계 라인의 생산을 위해 불가리 타임을 설립했다. 2011년, 불가리는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에 합류하게 되었고, 창업자 소티리오의 3세대 후계자들인 파올로(Paolo)와 니콜라(Nicola)는 불가리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각각 브랜드의 대를 잇고 있다.
◇시대와 공간 초월해 사랑 받는 불가리
불가리는 세계적인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주얼리 브랜드로도 알려져 있다.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주얼리를 선호하는 오드리 헵번·니콜 키드먼·제니퍼 애니스톤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바로 불가리의 고객 리스트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명배우 리처드 버튼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로마에 있는 불가리 매장의 단골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들의 약혼식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착용했던 18캐럿의 에메랄드와 12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브로치를 연결한 화려한 불가리 목걸이 또한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패션 전문가들은 불가리의 성공 비결을 시대와 취향의 변화를 제품에 적절히 반영한 것에서 찾고 있다. 불가리의 장인들은 '스타일'이 시간의 흐름, 사람들의 취향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불가리의 스타일은 고전 정신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디자인을 반영하는 것이다.
◇불가리를 대표하는 비제로원, 세르펜티 컬렉션
불가리는 1940년대부터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풍요·부활·불멸을 상징하는 뱀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스타일의 시계와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세르펜티(Serpenti·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함) 컬렉션'이다. 세르펜티 컬렉션은 뱀의 비늘 모양에서 힌트를 받아 개별 부속을 연결해 뱀이 똬리를 트는 동작을 시계와 주얼리의 디자인으로 형상화했다. 옐로 골드와 자개,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 핑크 골드와 오닉스 등의 소재를 활용한 다채로운 제품으로 구성되었다.
뉴밀레니엄을 기념하며 2000년 출시되어 불가리를 대표하는 켈력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비제로원(B.zero1)은 나선 모양과 '불가리 불가리' 브랜드 로고가 결합된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비제로원이라는 이름은 불가리의 'B'와 숫자 0과 1을 결합한 것이다. 플레인 골드, 다이아몬드와 다양한 원석으로 세팅된 반지를 시작으로 팔찌, 펜던트, 귀고리, 시계 그리고 핸드백 부속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아이템으로 탄생되었다. 불가리 역사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컬렉션 중 하나로, 론칭된 이래 전세계에서 140만 개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올해 5월 불가리는 비제로원 컬렉션의 나선형 모티브에 마블(대리석) 소재를 결합한 독자적인 반지 아이템인 '마블링'을 선보였다. 기존 비제로원 컬렉션의 기본적인 요소를 지키면서 핑크 골드와 함께 각각 그린 보웨나이트(green bowenite), 라피스 블루(lapis blue)와 토바코 브라운(tobacco brown) 등 3가지 마블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