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장정개정위원회 위원장 권오서 감독은“기독교 전체가 교회 세습문제로 사회적 신뢰를 잃고 지탄받는다면, 때론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억울할 수도 있다.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걸 떠나서, 감리교와 한국 기독교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교) 장정(章程·교회법) 개정위원회는 27일 전체 회의를 열고 '교회 세습' 금지 조항을 담은 장정 개정안〈본지 27일자 A1·6면 보도〉을 최종 확정, 임시감독회장에게 보고했다. 장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 부분에 "부모와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한 교회에 파송 받을 수 없다.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 그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파송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두기로 한 것이다. 교단법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9월로 예정된 입법의회 통과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입법 시도 자체가 한국 개신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한 달 동안 23명의 개정위원과 함께 수차례 합숙하며 입법 작업을 이끌어 온 권오서(64·춘천중앙교회) 감독은 이날 전체 회의 뒤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고 말했다. 권 감독이 담임하는 춘천중앙감리교회는 1898년 설립돼 현재 재적 교인 6700명, 출석교인 3000~4000명 규모인 춘천 최대 교회 중 하나다. 권 감독은 1988년 26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아들이 목사라던데.

"아들 두 명이 목사다. 난 신앙 없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들 둘이 목사가 되기까지 오래 눈물로 기도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한 번도 교회를 물려준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이미 아들 둘은 다른 교회 목사로, 선교사로 일한다. 생각해보라. 신학대 나오고 6~7년씩 외국 유학까지 했는데 자기 뜻을 펴야지 왜 아버지 밑에 들어오나. 내가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있고 아들이 받은 은혜가 있는데, 그걸 까먹는 짓을 왜 하나."

―이번 '세습 방지' 입법 배경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교회에서 이어서 목회를 하면서 잘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지금 기독교 전체가 그런 것 때문에 사회적 신뢰를 잃고 지탄받는다. 이제 털 것은 털고 떳떳해져야 한다는 게 개정위원들의 생각이었다."

―친구 목사끼리 서로 아들을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등 다양한 '편법 세습'이 등장하는데, 규정이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도 있다.

"법 개정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얘기를 들었다.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가' 나도 놀랐다. 그렇지만 그런 편법들까지 다 고려해 법을 만드는 것은 무리다. 이건 강력한 선언적 의미다.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안 하면 되는 거다."

―법 통과 후에도 세습을 시도할 경우, 처벌조항은?

"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감리교가 인정을 안 해주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목회할 수 없다. 감리교는 교단 구조 특성상 교단과 동떨어진 '나 홀로 목회'는 거의 불가능하다."

―과거 사례는 어떻게 되나.

"소급 적용은 없다."

―입법의회 통과 절차가 남아있다.

"개정안을 확정했으니 이제 내 손을 떠났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지금은 개인적 친소관계, 이해관계. 억울함 이런 걸 다 떠나서, 감리교의 미래, 한국 기독교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