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를 찬 채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전과 11범 서진환(42)이 22일 구속됐다. 피해자 이모(37)씨의 남편 박귀섭(39)씨는 "전자발찌는 발목에 찬 목욕탕 열쇠고리에 불과했다"고 울먹였다.
서진환이 아니더라도 전자발찌를 '목욕탕 열쇠고리' 취급하는 성범죄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올 4월 항공기 여승무원을 성폭행하려다 붙잡힌 이모(41)씨는 서진환처럼 전과 9범의 상습 전과자였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사람은 2008년엔 1명, 2009년엔 한 명도 없었지만 2010년 3명, 2011년엔 15명으로 늘었다. 올해 8월 현재 10명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발찌를 부순 범죄자도 2008년 1명이었다가 2009년 5명, 2010년 9명, 2011년에는 13명이 됐다. 올해도 이미 8명이 붙잡혔다.
전자발찌는 인공위성(GPS)과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전자장치다. 수사기관이 상습 성범죄자나 살인·유괴 전과자를 감시하기 위해 채우고 있다. 전자발찌는 범죄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재범할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갈수록 흉포화하는 범죄와 현행 전자발찌 제도가 갖는 한계 때문에 대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자발찌는 발에 부착하는 발찌, 비상시 보호관찰관과 연락하는 휴대전화 모양의 추적장치, 집에 두는 감독장치 등 3가지 부품이 한 세트다. 발찌는 우레탄 재질에 스프링강(鋼)을 넣어 절단이 어렵다.
발찌가 GPS와 이동통신망을 통해 법무부 위치추적관제센터에 위치 정보를 보내면 모니터에 붉은 점으로 표시된다. 위치는 분 단위로 측정되고, 추적 가능한 반경은 5~500m 정도 된다.
전자발찌는 지금까지 4차례의 기술 보완이 있었지만, 훼손·재범 사건이 끊이지 않자 법무부가 5세대 발찌를 개발 중이다. 법무부는 무선인터넷 기능을 장착해 추적 사각지대를 줄이고, 초 단위 추적이 가능한 발찌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자르기 어려운 강화 스테인리스 재질을 쓰기로 했다.
2008년 9월 전자발찌 제도 도입 이후 발찌를 찬 범죄자는 2108명이다. 착용 기간이 지난 사람을 빼면 23일 현재 1025명이 발찌를 차고 있다. 법무부는 2010년 법률 개정으로 전자발찌 제도를 살인범 등에 확대 적용하면서 재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지만,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자발찌 위치추적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상주하는 인원은 6명. 이들이 범죄자 1000여명의 위치를 감시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예산과 인원 확보를 통한 감시 강화가 선결 과제다. 경찰과 업무공조도 필수다. 사고가 난 뒤에야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으론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 경찰이 전자발찌 착용자의 정보를 갖고, 법무부와 합동해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위헌 논란도 넘어야 할 벽이다. 법원이 전자발찌 소급 적용과 관련한 헌재 결론을 기다리는 사이 발찌를 찼어야 할 성범죄자 1440명이 거리를 활보했고, 그중 한 명이 수원에서 성폭행을 하려다가 살인한 강남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