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했던 한 영국인 이등병의 유언이 68년 만에 가족에게 전해졌다고 영국 통신사 텔레그레프 등이 21일 보도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했던 이등병 고든 히튼(Gordon Heaton·작은 사진)은 1944년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가족과 소식이 끊겼다. 21세의 나이였다.

67년이 지난 작년 11월 영국 고속버스 회사 내셔널익스프레스의 애콕스그린 지사 분실물센터에서 낡은 서류 봉투가 발견됐다. 사무실에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가구를 옮기던 중 오래된 철제 캐비닛에 놓인 상자를 치우자 누런 봉투가 있었다. 안에는 두 가지 서류가 나왔다. '이등병 고든 히튼, 1944년 8월 27일 노르망디에서 사망' '유산은 어머니에게 남기겠다. 만약 개인 재산이 없다면 군에서 든 적금을 가족에게 남긴다'. 사망통지서와 유언장이었다. 전쟁사무소가 만든 양식에 따라 이름과 군번, 본래 주소, 날짜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영국 고속버스 회사에서 일하는 크리스틴 맥데이드씨가 자신이 발견한 고든 히튼 이병의 전사 통지서와 유언장을 들고 있다.

처음 봉투를 발견한 크리스틴 맥데이드(43)는 "누렇게 빛바랜 서류들이 어린 병사의 마지막 유언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히튼 이병의 가족들도 그를 찾으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다. 이제는 노인이 된 히튼 이병의 동생 존 히튼의 병색이 짙어지자, 그의 손자 데이비드 홀(51)이 지금까지 계속 수소문을 했다. 홀은 "최근 인터넷에서 한 버스 회사가 삼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해 편지를 찾았다"며 "편지를 발견해 기쁘기도 하지만, 삼촌의 젊은 죽음이 슬펐다"고 말했다.

히튼이 가족에게 보냈던 유언과 사망통지서는 당시 우체국 배달 사환이 실수로 버스에 두고 내렸던 것으로 추정됐다. 발견된 서류에 따르면 히튼 이병은 유언장을 쓴 지 두 달 만인 1944년 8월 27일 노르망디에서 숨졌다. 그는 버넌 공동묘지에 15명의 동료와 함께 묻힌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