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를 마치고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유치장으로 들어가는 수원 장안구 살인사건의 용의자 강남진.

전과 11범의 30대 성범죄자가 심야에 만취 상태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과정에서도 마구잡이로 흉기 난동을 벌여 1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다치게 했다. 특히 이 남자는 특수강간 혐의로 교도소에서 7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0시 55분쯤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H주점에 강남진(39)이 침입, 혼자 있던 여주인 유모(39)씨를 과도로 위협해 문을 잠그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유씨가 반항하자 목을 그어 상처를 입혔다. 용의자 강남진은 이어 문을 두드리며 주점으로 들어서던 손님 임모(42)씨의 배를 한 차례 찔러 중상을 입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또 주점 앞 거리를 주행하던 택시 기사와 마주치자 흉기로 위협한 뒤 도주했다. 강씨는 범행 한 시간쯤 전에 인근 마트에서 길이 23㎝ 과도를 구입했으며, 이전에 한 번 정도 H 주점에 손님으로 들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500m가량을 피신해 달아나던 그는 오전 1시 6분쯤 장안구 정자동의 막다른 골목에서 대문이 열린 고모(65)씨의 단독주택에 침입했다. 거실에 있던 고씨와 마주치자 가슴과 배를 10여 차례 마구 찔러 숨지게 했다. 그는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집안에서 맞닥뜨린 남자가 소리를 지르기에 겁이 나서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안방에서 비명을 듣고 나온 부인 이모(60)씨와 아들(34)도 각각 가슴과 팔에 중상을 입었다. 다른 방에 있던 딸이 나왔을 때 강은 이미 달아난 상태여서 화를 면했다.

강남진은 1차 범행 발생 직후 주점 주인 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1시 10분쯤 2차 범행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인근 도로변에서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강남진은 셔츠에 피가 묻은 상태로 칼을 반바지 허리춤에 꽂아 넣고 뛰어가고 있었다.

사진=최영호 객원기자 yhpress@chosun.com, 그래픽 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경찰은 뒤에서 강남진을 덮쳐 검거했으며 체포 당시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 강남진은 전과 11범으로 지난 2005년 저지른 특수강간 범죄 2건이 병합돼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지난달 9일 군산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그는 나흘 뒤인 7월 13일 출소자의 사회 복귀와 자활을 돕는 사건 현장 인근 장안구 천천동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지부(옛 갱생보호소)에 머무르며 공사장 막일 등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전날인 20일에는 경기도 안산의 치매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며 외박을 신청했으나, 오후부터 장안구 율전동 지하철 1호선 성균관대역 인근 술집에서 소주 4병을 혼자 마셨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강씨가 성폭행을 계획하고 주점에 침입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범행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