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명환씨(33·가명)는 지난달 미국 출장에 가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1만원짜리 ‘KT선불전화카드’(International calling card)를 구입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 선불카드의 분당 통화요금이 159원으로 KT 로밍폰(1970원)보다 10의 1 이하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카드 하나면 한국과 1시간 정도 통화를 할 수 있다.
서씨는 미국에서 충전된 선불전화카드를 40분 정도 쓰고 귀국했다. 그런데 최근 ‘고객님은 음성 및 문자 로밍을 5만원 이상 사용하였습니다’라는 안내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해외에서는 선불전화카드만 이용했는데, 로밍요금이 많이 나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 휴대폰·호텔서 쓰면 이중 요금 부과되는 ‘선불카드’
서씨가 KT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자 상담원은 선불전화카드 고객센터로 안내해줬다. 서씨가 내용을 문의하자 고객센터 상담원은 “해외에서 휴대폰으로 선불카드를 이용하면 로밍폰 이용요금이 별도 부과될 수 있다”며 “호텔에서 선불카드를 사용해도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KT측은 이에 대해 해외에서 로밍폰 또는 호텔에서 선불카드를 사용할 경우 국가별 접속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통신사가 제공하는 네트워크(망)를 빌려쓰는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선불카드가 말 그대로 제 기능을 하려면 휴대폰이나 호텔에서 이용할 때도 카드충전액만 차감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시중에서 판매되는 선불카드는 해외에 나가서 공중전화기에서만 써야 ‘요금폭탄’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 박모씨는 이에 대해 “무선통신 시대에 공중전화기를 찾아 선불카드를 사용하기가 쉽겠냐”며 “시차가 있는 한국에 전화를 거는 시각이 주로 한밤중인데, 위험을 감수하고 실외로 나가 공중전화기를 찾아야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 주의사항 안내 없어…고객이 설명서 안 읽었으면 책임은 ‘고객’이?
KT는 공항과 대리점, 온라인사이트 등에서 선불전화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서씨가 구입한 인천국제공항에는 사람이 아닌 무인기계가 카드를 팔고 있다는 것. 카드를 살 때 요금부과 등의 주의사항이 담긴 설명서를 꼼꼼이 읽어보기 위해서는 판매자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데 서씨의 경우에는 이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선불전화카드 설명서에는 ‘이용전 꼭 알아두세요!’라는 부분에 해외에서 사용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하는 지 나와 있지만 서씨는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해외에서 선불카드를 이용해 로밍폰을 사용할 때 요금이 이중부과 될 수 있다는 안내음성도 전혀 없었다. 만약 서씨가 이런 안내음성을 들었다면 계속 선불카드를 로밍폰을 이용해 쓰지 않았을 것이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외에서 로밍폰으로 선불카드를 사용하면 추가적인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 메시지가 원칙적으로 나오게 돼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