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지하도 복판 광화랑에서 14일까지 조촐한 사진전시회 '1954 Korea'가 열리고 있다. 컬러 사진 속에 6·25 직후 부산 충무동에 전차가 다니고, 국제시장엔 하얀 한복에 갓 쓴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용두산공원 부산타워를 운영하는 두모씨앤씨의 강석환(53)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어떤 고난과 피땀이 있었는지 젊은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대표는 이 사진들을 2년 전 우연하게 얻었다. 1953~54년 부산의 미군 공병대에서 행정병 겸 사진병으로 근무했던 클리퍼드 스트로버스(Strovers·86)씨는 주말마다 영남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컬러사진을 찍었다. 그는 2010년 6월 보훈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사진 일부를 CD에 담아 들고 왔다.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랑에서 부산타워 강석환 대표가 60년 전 한국을 담은 컬러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스트로버스씨는 부산타워에 올라 옛 부대 위치를 물었다. 직원들은 그가 6·25 참전용사라는 걸 알고 "한국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일행까지 포함해 입장료를 되돌려줬다. 감동한 스트로버스씨는 사진 CD를 부산타워에 건넸다. 이튿날 사진을 들여다본 강석환 대표는 깜짝 놀랐다. 거의 60년 전 부산 풍경을 컬러로 담아 잘 보관한 사진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한 달 뒤 스트로버스씨의 사진을 인화해 부산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작년엔 답례로 스트로버스씨 부부를 부산으로 초청하고, 210쪽짜리 두툼한 사진집 '컬러로 만나는 1954년 Korea'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