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면?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1분이면 됩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감시하는 방법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소형 녹음기나 캠코더가 애용됐지만 이젠 불륜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이른바 '불륜 시약(試藥)'까지 등장했다.
불륜 시약은 속옷이나 자동차 시트에 뿌리면 남성의 정액에 반응해 색이 변한다고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관계 후 소량의 정액이 몸에 남아 조금씩 배출되는데 이를 찾아내는 원리라고 한다. 색이 변했다는 것만으로 성관계를 했다고 100% 확신할 순 없지만 그 무렵 정황까지 고려하면 불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게 판매 업체들의 주장이다. 가격은 10만원 내외다. 2010년 한 케이블TV 토크쇼에 언급된 뒤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작년부터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만 해도 많을 경우 하루에 40~50개는 팔린다"며 "인터넷 판매가 중심이지만 대리점처럼 제품을 공급하는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만 전국에 30여곳은 된다"고 했다.
차량용 위치 추적기도 업그레이드됐다. 최신 제품들은 자석이 달린 소형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차량에 붙이기만 하면 차량 위치를 1분마다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 1달 동안의 행적은 고스란히 기록된다. 실내등 스위치나 자동차 리모컨키 모양으로 만들어진 위장 캠코더도 인기다. 스위치형 캠코더는 적외선 촬영도 가능해 불빛이 전혀 없어도 불륜 현장을 촬영할 수 있다.
온라인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수년 전까지는 컴퓨터에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배우자의 컴퓨터 사용 내역을 감시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상대방의 위치나 동선, 문자 내역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앱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흥신소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내역까지 알아내주겠다며 '사이버흥신소'로 간판을 바꿨다.
다소 엉뚱한 불륜 감시용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의 정모씨는 2년 전 '불륜 방지용 팬티'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현재 심사를 받고 있다. 특수 안료를 입힌 이 팬티는 입고 있다가 일정 시간 동안 벗고 있으면 몸의 온기(溫氣)를 받지 못해 색이 변한 뒤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처럼 불륜을 잡아내는 각종 '창'에 맞서 불륜을 감춰주는 '방패'도 등장할 예정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남성이 외도를 한 뒤 들키지 않게 해줄 제품을 1~2달 내로 시판할 계획"이라며 "이미 중국에 수십억원을 들여 공장까지 차린 상태"라고 했다. 이 제품은 성관계 후 체취나 비누 냄새 등을 없애주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방법 중 상당수는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달 불륜 증거 확보를 위해 남편 차에 녹음기와 위치 추적기를 설치한 주부 이모(56)씨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지난 6월에는 대형 통신사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이용해 위치 추적에 사용한 흥신소 직원 39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불법적인 방법까지 써가며 배우자를 감시한다면 부부 관계가 상당히 깨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늘어나는 불륜 감시 상품은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결과와 달리 우리 사회의 불륜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