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100㎏급 경기가 열린 2일 오후(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2. 준결승전이 열리던 중 갑자기 장내 진행요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양복을 차려 입은 건장한 신사 몇 명이 뛰어와 길을 확보하더니 본부석 중앙통로와 취재진 전용 문까지 일시 통행을 막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멀끔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푸틴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준결승전이 끝나자 관중들은 푸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고 취재진도 연신 푸틴 대통령쪽을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푸틴의 유도장 방문은 타기르 카이불라에프(러시아)를 응원하기 위해 이뤄졌다. 푸틴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잠시 대화를 나눈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유도 관람에 집중했다.
대통령의 응원에 힘을 얻은 카이불라에프는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투프신바야르 나이단(28·몽골)을 한판으로 제압하고 기대에 보답했다.
푸틴은 카이불라에프의 승리가 결정되자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높게 올린 손은 좀처럼 내려올 줄 몰랐다. 이날만큼은 냉철한 지도자가 아닌 러시아의 일반 국민이었다.
시상식이 끝나자 푸틴은 직접 유도장으로 내려가 선수들을 만났다. 정적인 인사 대신 친근하게 어깨 동무 후 머리를 매만지며 기쁨을 만끽했다.
푸틴의 유도 사랑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검은띠 유단자인 푸틴은 2000년 자신의 코치진과 유도 교본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돼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