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전력분석팀은 매일 경기 전 상대 투수들의 분석자료를 더그아웃 한 켠에 붙여놓는다. 선수들로 하여금 미리 준비해 타석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도록 조력자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모든 선수들이 그 자료를 열심히 보진 않는다. 롯데의 한 전력분석 요원에게 누가 가장 열심히 전력분석 자료를 보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손아섭"이라는 답이 바로 나왔다.

이처럼 손아섭은 팀에서 실시하는 훈련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타격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는 선수다. 손아섭은 훈련이 끝난 뒤에도 더그아웃 뒤에서 끊임없이 배트를 고쳐 잡으며 최상의 타격폼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작년 한창 좋았을 때 폼을 찾기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손아섭은 말하지만 방망이를 어느때고 놓지 않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는 잘 때까지 방망이를 쥐고 있다고 한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손아섭은 봉와직염 때문에 전지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당초 개막 후 1개월 가량 결장이 예상되기까지 했으나 조기복귀에 대한 의지로 재활 속도를 높였고 결국 개막전만 결장하고 이후 전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전경기를 출전한 황재균 다음으로 팀 내에서 출장 경기수가 많다.

그런 가운데서도 손아섭은 17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비록 2일 사직 KIA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연속안타 행진이 끊어졌지만 현재 롯데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임에는 틀림없다. 시즌 타격성적은 타율 3할1푼7리 3홈런 34타점 44득점. 올해 4번과 9번을 제외한 모든 타순에 출전을 했지만 고루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는 손아섭이 준비된 선수가 아니라면 힘든 일이다.

전지훈련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손아섭은 현재 팀 내 최다타율을 기록하면서 최다안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 김태균(109개)에 이어 손아섭은 105개로 삼성 이승엽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최다안타왕을 목표로 세운 손아섭에겐 목표가 가시권으로 들어온 셈이다.

훈련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손아섭이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배경은 자신의 '야구 동영상'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아섭이가 경기 끝나고 매일 1시간 씩 전력분석실을 찾아가 자신의 동영상을 보면서 야구공부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까지 하니까 잘 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손아섭은 "동영상을 열심히 보는 건 사실이다. 주로 전력분석실 보다는 CD를 받아 집에가서 내 동영상을 본다"면서 "주로 컨디션이 한창 좋았던 지난해 영상을 보면서 올해 무슨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손아섭은 작년과 비교해 자신의 스윙에 불만이 많다. 특히 급감한 장타력이 걸린다. 이에 손아섭은 "작년에는 올해보다 테이크백이 컸다. 그래서 타구에 힘을 강하게 전할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스윙폭이 짧아지면서 그런 부분이 약해진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와같이 손아섭은 팀 내 최고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아섭이 3년 연속 3할타율에 도전하는 건 그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