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유도 8강전에서 조준호(24)에게 패배를 안긴 석연찮은 판정에 대해 AFP 통신은 “남자 유도 8강전에 우스꽝스러운 장면(farcical scenes)이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경기에 대해 “심판 세 명이 만장일치로 조준호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심판위원장의 황당한 개입으로 판정이 바뀌었다”고 조롱했다.
29일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66kg급 조준호와 에비누마 마사시의 8강전이 끝나고 심판 세 명은 모두 조준호의 승리를 판정했다.
문제의 판정 번복은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 국제유도연맹(IJF) 심판위원장이 세 심판을 불러모아 뭔가를 이야기하며 비롯됐다. 심판들은 다시 매트 위로 올라와 앞선 판정을 번복하고 에비누마의 승리를 선언했다. 3대 0 승리가 0대 3 패배로 뒤집히는 상황이 됐다.
당시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은 심판들을 불러모아 "에비누마가 조준호에게 기술을 걸었던 상황을 고려해 다시 판정하라"고 말했다고 국제유도연맹 존 루크 사무총장이 AFP통신에 전했다. 그는 "판정을 뒤집으라는 지시는 없었다"며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조준호는 경기 종료 직전 에비누마에게 허리후리기 되치기 기술을 당해 넘어졌고, 주심은 에비누마의 유효를 선언했다. 그러나 조준호가 넘어지면서 옆구리가 매트에 닿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유효 판정은 금세 취소됐다.
이후 에비누마는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이 때문에 한국 유도 코치진은 심판 판정이 조준호에게 유리하게 내려질 거라 내다보고 있었다. 강동영 대한유도회 사무국장은 “연장전에서 에비누마가 기술을 건 이후 소극적으로 경기에 나서 심판들이 조준호의 승리를 선언한 것으로 보였다”며 “판정이 내려진 것을 뒤바꾼 것은 처음 봤다”고 밝혔다.
강 국장에 따르면 주심이 조준호의 승리를 선언하기 직전 심판위원회에서 판정을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각 대륙별 심판위원장으로 구성된 심판위원회의 한 위원이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위원장에게 건의했고, 이를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비디오 판독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도 규정에는 경기장 안에서의 모든 권한은 심판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 3명의 심판이 합의를 내린 판정에 비디오 판독을 하는 일은 전례 없던 일이다.
IJF 존 루크 사무총장은 "판정 번복으로 연맹의 권위에 상처가 생기게 됐다"는 지적에 "유도의 권위에 손상이 가는 것보다는 그쪽이 낫다"고 말하며 애써 정당화했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