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선언 순간 유엔 제재… 건국이래 최대 고립 직면할 것]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핵무장은 외교·안보, 경제, 대북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클 것"이라며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순간부터 국제적인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유엔(UN) 안보리가 경제 제재에 나설 경우 산업 전반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핵무장 득실을 따지기 앞서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는 얘기다.
국방대학교 김열수 교수는 25일 "한국이 핵무장을 선언하는 순간 우방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75년 4월엔 핵확산금지조약(NPT) 정식 비준국이 됐다.
한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호주·벨기에·프랑스·독일·영국·중국·베트남·러시아 등 27개국과 원자력협정을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과 핵확산 금지를 지지해 왔다.
우리나라가 핵무기 제조에 나설 경우 IAEA의 '평화적 핵 이용 활동' 약속과 NPT의 '(핵무기) 비(非)보유국은 핵무기나 기폭장치를 제조하거나 획득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동시에 위반하게 된다. 또 27개국과 체결한 원자력 협정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김 교수는 "IAEA는 UN 안전보장이사회에 한국 핵무장 문제를 회부하고, 안보리에서는 제재가 논의될 것"이라며 "원자력 협정을 맺은 당사국과의 외교 마찰도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국방연구원의 백승주 책임연구위원은 "우리의 핵무장은 무엇보다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국제 안보 전략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한미 동맹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미국은 한국이 핵무장 할 경우 주한 미군 철수 등 모든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 이래 가장 심한 외교 관계의 고립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하고, 우리나라의 중국과 러시아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
[무역 의존도 97%… 석유·우라늄 수급 중단 땐 경제 올스톱]
한국은 지난해 무역 의존도가 97%에 이르는 대표적인 교역국가다. 이런 우리가 핵무장을 할 경우 다른 나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엔 제재가 발동되거나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중국·일본이 한국의 수출입에 제한을 가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다.
국립외교원 윤덕민 교수는 "1974년 인도가 첫 핵실험을 할 당시만 해도 인도의 경제 구조에서 수출입 비중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 제재에 따른 부담이 덜했다"며 "현재 한국의 경제 구조를 볼 때 경제 제재를 버틸 여력이 없다"고 했다.
에너지 수급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체 수입량의 31.4%), 쿠웨이트(12.7%), UAE(9.4%) 등이다. 미국이 이들 국가에 영향력을 미치면 석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185일분의 석유와 20일분의 천연가스를 비축하고 있어 에너지 수급이 중단될 경우, 우리 경제 전체가 멈춰서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자력 기술 교류 및 우라늄 수입 역시 당장 중단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원자력 발전을 위한 농축우라늄을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윤 교수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이 4개국이 연합해 한국에 대한 우라늄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전력 생산의 35%를 원전이 차지한 상황에서 엄청난 전력난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