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포르노를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쉽게 구하고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언제 어디서나 포르노를 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사건의 피의자 김점덕이 포르노를 내려받는 데 이용한 P2P 사이트에 접속해 '아이'를 검색창에 입력하자 음란물 572건이 검색됐다. '강제'라는 단어에는 파일 목록이 670건 나타났다. 이 중 90% 이상이 포르노였다. '아동'이나 '강간' 등의 단어를 '금칙어'로 규정해 놓았지만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금칙어 설정은 자료 공유 사이트 운영자가 핑곗거리로 활용하는 데나 쓰일 뿐이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음란물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음란물 공유를 방조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음란물의 유통 통로인 주요 웹 하드 사이트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음란물 유통 실태에 대한 샘플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0개 사이트에는 각각 하루에 수백건의 포르노가 업로드되고 있었다. 사이트마다 시간당 70~80건으로 음란물이 1분에 1개 이상씩 업로드되고 있는 것이다. 한 사이트에선 10시간 동안 포르노 840건이 업로드됐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된 온라인 웹 하드, 자료공유(P2P) 사이트는 80개 업체가 운영하는 113개다. 경찰은 이들 사이트에서 공유되는 음란물이 하루 수천~수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뿐 실제 규모의 파악조차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포르노의 홍수' 속에서 사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도 어김없이 포르노에 노출된다. 특히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며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포르노 중독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게임에 중독되면 현실과 게임 속 세상을 구분하지 못하듯 포르노 중독의 끝에는 포르노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실제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서는 대학교 1학년인 김모(18)군이 3년 동안 상습적으로 주택에 침입해 여성 10명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일삼다 붙잡혔다. 김군은 경찰 조사에서 "일본 포르노에 나오는 수법을 모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음란물을 자주 접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공격성이 높고 성(性)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