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여성 피아니스트 손열음(26)과 조이스 양(양희원·26)은 흡사 닮은꼴처럼 공통점이 많다. 1986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미국 최고의 경연 대회로 꼽히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모두 2위 입상했다. 조이스 양이 2005년 2위에 입상해서 2009년의 손열음보다 4년 앞선다.
뉴욕 필의 음악 감독을 지낸 지휘자 로린 마젤의 낙점을 받아서 수차례 협연한 이력도 쏙 빼닮았다. 손열음은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 호흡을 맞췄고, 조이스 양은 콩쿠르 입상 이듬해인 2006년부터 3년 연속으로 협연했다.
이들이 최근 음악적 공통점을 또 하나 추가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란히 독집 음반을 발표한 것. 음악 영재로 일찌감치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성인 연주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선언하듯,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딴 '손열음'(손열음)과 미술의 오려붙이기 기법을 뜻하는 '콜라주'(조이스 양)'를 각각 음반 제목으로 붙였다. 20대 중반 여성 연주자들의 자화상 같은 이 음반들에도 숨은 공통점은 많다.
우선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한 장의 음반에 실었다는 점. 조이스 양은 바로크 작곡가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부터 1961년생 작곡가 로웰 리버만의 '가고일(Gargoyles)'을 빼곡하게 음반에 담았다.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당시 연주곡을 중심으로 독집을 꾸민 손열음도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부터 20세기 러시아 작곡가 셰드린의 '차이콥스키 연습곡'까지 레퍼토리의 반경이 넓다.
현대음악이라고 해서 마냥 급진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바탕으로 온고지신(溫故知新)하는 신작이나 재즈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선택한 빼어난 선구안도 닮았다. 조이스 양이 연주한 미국 작곡가 시배스천 커리어의 소품은 스카를라티풍(風)의 양식을 차용하고 있으며, 손열음이 택한 러시아 작곡가 카푸스틴의 '변주곡'은 재즈의 흥취를 가득 머금고 있다. 특히 재즈적 색채를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손열음의 건반 감각은 눈부시다.
흠잡을 구석 없이 말끔한 이들의 테크닉은 최근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젊은 연주자들과 마찬가지. 여기에 기교뿐 아니라 사념의 깊이도 눈여겨보라고 주문하는 듯, 슈만의 '유모레스크'(손열음)와 '사육제'(조이스 양)를 주요 연주곡으로 배치해 놓은 음반 구성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