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덴트/투 페이스(아론 에크하트 분)의 죽음 이후 8년 동안 은둔했던 브루스 웨인/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은 새로운 적 베인(톰 하디 분)의 등장으로 인해 활동을 재개합니다. 전문 절도범 셀리나(앤 해서웨이 분)와의 접촉을 통해 베인과 1:1로 대결하지만 참패한 배트맨은 지하 감옥에 감금되고 고담 시는 종말의 위기에 몰립니다.

2008년 '다크 나이트' 이후 4년 만의 후속편이자 삼부작의 종결을 선언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과 최강의 적 베인의 대결을 묘사합니다. 실의에 빠진 배트맨이 부활하는 과정을 두 차례에 걸쳐 묘사하면서 동시에 고든(게리 올드만 분), 알프레드(마이클 케인 분), 폭스(모건 프리먼 분)를 비롯한 기존의 등장인물들은 물론 베인, 셀리나, 존 블레이크(조셉 고든 레빗 분), 미란다(마리온 코티아르 분)와 같은 새로운 등장인물까지 선을 보이며 '다크 나이트'의 갈등 구조와 서사는 매우 복잡합니다.

서사에 치밀한 개연성을 부여하며 많은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기 위해 초반에는 대사가 많아 전개가 빡빡하고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액션 위주의 호쾌하며 단순한 블록 버스터를 원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만스럽게 수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배트맨을 비롯한 선한 인물들이 겪는 고난이 극단적이기에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암울하며 무겁습니다. 배트맨은 실의에 빠져 은둔하더니 가족과도 같은 알프레드와 불화를 일으키고 결별합니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고든은 중상을 입습니다. 젊은 경찰 존 블레이크는 범죄와의 전쟁에 전력을 다하지만 무기력함을 깨달을 뿐입니다. 압도적인 악역 베인의 존재감으로 인해 배트맨, 고든, 존 블레이크는 극심한 갈등과 위기에 내몰려 관객마저 답답하고 고통스럽게 합니다. 물론 주인공 배트맨을 비롯한 선한 인물들이 겪는 크나큰 고난은 그것보다 더욱 큰 승리를 빛나게 하기 위한 장치이기는 합니다만.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와 후속작 '다크 나이트'와의 연결 고리는 비교적 느슨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삼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만큼 두 편의 전작을 관람하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것부터 하비의 장례식입니다. 투 페이스의 영상이 회상 장면에 삽입되는 것은 물론 중반 이후에는 그의 정체에 대해 고담 시민들에게 폭로됩니다. '배트맨 비긴즈'의 악역이었던 듀카드/라스 알 굴(리암 니슨 분)의 그림자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영화 전반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라스 알 굴의 등장 분량은 상당합니다. '다크 나이트'에 등장했던 브루스의 아버지(라이너스 로치 분)도 회상 장면에 삽입되며 브루스의 부모 두 사람과 레이첼(매기 질렌홀 분)의 사진도 제시됩니다. 심지어 조나단 크레인/허수아비(킬리언 머피 분)도 등장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조커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삼부작 최강의 악역 베인의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배트맨'을 비롯한 1990년대의 4부작에 비해 분위기가 어두워지기는 했지만 '배트맨 비긴즈'는 호쾌한 오락 영화였습니다.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 비긴즈'에 비해 무거워졌지만 조커의 장난기로 인해 무거움이 다소 상쇄되었는데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마스크로 입을 가려 표정이 없는 거구의 악인 베인으로 인해 시종일관 어둡습니다.

베인과 배트맨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스크 속에 정체를 숨기고 있으며 변조된 목소리를 통해 말합니다. 단순한 중저음에 가까운 배트맨에 비해 베인의 목소리는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것과 같은 기계음이라 마치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를 연상시킵니다. 두 라이벌이 모두 듀카드/라스 알 굴의 제자라는 인연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하비 덴트를 살해했다는 누명이 배트맨을 가장 혹독하게 괴롭힌 베인에 의해 풀려 궁극적으로는 배트맨의 명예 회복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베인의 마스크를 벗은 모습은 끝내 제시되지 않으며 베인이 마스크를 쓰기 이전 시절의 모습은 회상 장면에서 잠시 삽입됩니다.

예상 외로 많은 비중이 할애되는 것은 존 블레이크입니다. 두 번에 걸쳐 육체적, 정신적으로 크나큰 좌절에 빠지는 배트맨과 달리 존 블레이큰 위기에 빠지면서도 결코 포기를 모르는 경찰로 묘사됩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베인이라면 그 다음으로 비중이 많은 주인공 배트맨에 존 블레이크의 비중이 필적할 정도입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존 블레이크는 배트맨의 파트너이자 후계자 로빈이 됩니다.

존 블레이크가 로빈이 된다는 사실은 세 차례에 걸쳐 암시됩니다. 첫째, 존 블레이크가 어린 시절 브루스와 조우했을 때 한 번에 그가 배트맨임을 간파한 것입니다. 브루스와 존 블레이크는 분노를 감춘 고아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작 만화에서도 로빈은 브루스와 마찬가지로 부모를 잃은 고아라는 공통점을 지닌 바 있습니다.

둘째, 브루스가 베인의 계략으로 인해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인 존 블레이크는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브루스를 탑승시키고 대화를 나눕니다. 로빈이 배트 모빌을 운전하고 옆 자리에 배트맨이 탑승하는 원작 만화의 전형적인 장면의 오마주입니다.

셋째, 후반부 베인 일당과의 대결이 격화되었을 때 배트맨이 존 블레이크에게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가면을 쓰라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가면을 쓴 슈퍼 히어로 로빈이 될 것임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것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존 블레이크의 숨겨진 이름이 로빈임이 밝혀집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도 브루스가 아니라 로빈입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무기력함을 내내 절감한 존 블레이크가 로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매우 정교한 서사와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촘촘하게 다뤄집니다. 따라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로빈 비긴즈(Robin Begins)'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당초 캣우먼으로 알려진 셀리나는 극중에서 '캣우먼'으로 불리지는 않습니다. 본명인 셀리나와 애칭은 '캣'으로만 불릴 뿐입니다. 배우 앤 해서웨이와 캐릭터 캣우먼의 힘 덕분에 매력적인 등장인물이기는 하지만 내면 묘사는 배트맨, 존 블레이크, 베인에 비해 적은 것이 아쉽습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일어나다(Rise)'라는 작품 제목과 한스 짐머의 동명의 메인 테마가 상징하듯 베인의 봉기와 배트맨의 2번에 걸친 좌절 및 재기가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배트맨이 지하 감옥으로 추락한 후 원점으로 돌아가 재수련을 통해 다시 지상으로 도약하는 과정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가 혹독한 수련을 거쳐 배트맨으로 탄생한 초반부를 연상시킵니다. 자신을 배트맨으로 탄생시키는데 일조한 스승 듀카드가 재등장하는 것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160여분에 걸쳐 묘사되는 선과 악의 처절한 사투는 선의 완전한 승리로 막을 내립니다. 악인은 모두 죗값을 치르며 선인은 아무도 희생되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권선징악 해피엔딩이지만 선인들이 치른 고초를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행복한 결말입니다. 거대한 영웅서사시 3부작의 결말은 새로운 슈퍼 히어로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거의 모든 액션 장면과 고담시 전경을 비추는 장면은 대부분 IMAX로 촬영되었습니다. 개봉 전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비행기 액션 장면을 비롯해 종반 선과 악의 마지막 맞대결에 이르기까지 IMAX가 선사하는 큰 스케일의 영상의 시각적 쾌감은 실로 대단합니다. 하지만 화면이 다소 어둡고 해상도 떨어지는 듯한 장면들도 일부 보입니다. 연출 의도 때문인지 궁금합니다.

국내 개봉 첫날인 어제 오전 왕십리 CGV IMAX에서는 배트맨이나 캣우먼의 티셔츠를 입은 관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을 애타게 기다린 관객들은 예상외의 크레인/허수아비의 등장에서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존 블레이크가 자신의 이름을 로빈이라 밝히는 장면에서는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로빈이 장식하는 마지막 장면 이후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자 박수를 보낸 관객들은 엔드 크레디트가 마무리되고 영화 제목과 워너브라더스의 로고가 떠오르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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