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에서 몸을 내던지는 화려한 와이어 액션부터 도심 한복판의 총격신, 그리고 최동훈 감독 특유의 맛깔나고 스피디한 대사까지 한국형 케이퍼 무비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 ‘도둑들’을 더욱 ‘쫄깃’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 팀이된 한국과 중국 도둑 10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내내 팽팽히 흐르는 긴장감은 ‘태양의 눈물’을 터는 과정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계획이어서 뿐만은 아니다. 서로의 의중을 알 수 없는 ‘도둑들’의 사랑과 배신 또한 극의 큰 흐름을 쥐고 있고, 이는 도둑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극을 더욱 ‘쫄깃’하게 만든다. 이들이 훔치려 하는 것은 다이아몬드지만 도둑질 중간 중간 이들은 여유롭게 서로의 마음까지 훔치며 베테랑 도둑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마카오박(김윤석)은 펩시(김혜수)의 마음을 훔치며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펩시에게 기습키스를 한 후 책임지라는 그녀의 말에 “마음 흔들린 사람이 멈춰야지”라며 옴므파탈 매력을 풍기는 마카오박은 마성의 에너지로 펩시를 뒤흔든다. 한때 연인이었던 마카오박에게 배신당한 기억을 잊지 못하는 펩시는 마카오박으로부터 왜 자신을 버렸는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어하지만 마카오박은 차가운 태도로 일관한다. 펩시는 동명의 콜라처럼 톡 쏘는 매력 때문에 ‘펩시’라 불릴 만큼 도도하고 차갑지만 마카오박 앞에서 만큼은 비련의 여인이 된다.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진심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하며 그 진실이 밝혀지는 영화 후반부까지 긴장은 지속된다.
잠파노(김수현)는 박력넘치는 키스로 예니콜(전지현)의 마음을 훔친다. 신참도둑 잠파노는 예니콜을 짝사랑하는 마음을 ‘쿨’하게 숨기고 일만하려 하지만 번번히 그 마음을 들키고 만다. 노련함과는 거리가 먼 잠파노의 어수룩한 모습은 예니콜의 마음을 흔든다. 예니콜은 잠파노의 기습키스에도 “키스할 때 입술에 힘 좀 빼라”며 “어렸을 때 이런 일을 워낙 많이 당해봐서”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려 하지만 자신에게 순정을 바치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잠파노에게 점점 끌린다. 예니콜의 와이어를 끌어 올리며 “너 나 사랑하니”라고 묻는 잠파노에게 “올라가서 얘기해주면 안될까”라며 잠파노를 밀고 당기는 예니콜의 발랄함은 ‘도둑들’에 풋풋함을 불어 넣는다.
젊은이들의 풋풋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농익은 중년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커플도 있다. 은퇴 말년의 생계형 연기파 도둑 씹던껌(김해숙)과 중국 도둑 리더 첸(임달화)가 그 주인공. 술에 의지해 살아가면서 “이제는 세금 내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씹던껌은 크게 한탕 한 뒤 안정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첸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그년 타고난 연기력으로 상대방을 속이는데 전문인 연기파 도둑이지만 첸과의 하룻밤을 앞두고는 “안 한지 10년 됐다”고 진실을 실토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랑 앞에 무너져 내린 그녀를 때로는 자상하게 때로는 터프하고 보듬는 첸은 한국도둑들은 무조건 안 믿는다는 신념을 버리고 그녀를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