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전쯤이던 6월 24일, 메이저리그의 짐 토미(41, 필라델피아)는 템파베이전에서 6-6이던 9회 말 대타로 나와 개인통산 13번째의 끝내기 홈런을 기록, 메이저리그 최다 끝내기 홈런 순위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짐 토미를 비롯, 베이브 루스, 미키 맨틀, 스탠 뮤지얼, 지미 폭스, 프랭크 로빈슨 등 모두 6명의 전설급 타자가 12개의 끝내기 홈런으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타자가 선수로 뛰는 동안 끝내기 안타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기도 쉽지 않고 그 기회를 살려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인데, 안타도 아닌 홈런으로 13차례나 경기를 끝내버린 짐 토미의 끝내기 홈런 기록은 실로 대단한 기록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프로야구사에 있어 가장 많은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예상외로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한 이도형의 6차례. 이승엽과 심정수, 마해영, 장종훈, 양준혁 등 쟁쟁한 역대 홈런타자들을 제치고 리스트의 맨 꼭대기에 자리를 틀고 있다.

끝내기 안타로 눈을 돌려도 통산 최다안타 부문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양준혁, 장성호, 전준호 등이 아닌 낯선(?) 이름의 타자들이 먼저 다가서는데, 이호성(KIA)과 김한수(삼성)가 각각 통산 10차례의 끝내기 안타로 최다기록 보유자로 올라있다.

프로원년(1982년) 이후 지금까지 통산 800개를 훌쩍 상회할 정도의 수많은 끝내기 안타가 터져 나왔지만, 끝내기 안타의 내용 속으로 들어가보면 앞서 얘기한 홈런보다도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 끝내기 3루타라는 기록이 있음을 알게 된다.

지난 5월 10일 임재철(두산)은 SK전(잠실) 9회말, 7-8로 뒤지던 2사 1,2루 상황에서 우중간을 뚫는 주자 일소 2타점 짜리 끝내기 안타를 치고 3루까지 내쳐 달려 좀처럼 보기 드문 끝내기 3루타 기록을 품에 안은 바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역사 속의 끝내기 3루타에 대한 자료를 뒤져봤지만 홈런을 제외한 끝내기 안타가 루타수 별로 아직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통산 몇 번째인지, 선례가 있었기는 한 것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였다. 당일 경기를 담당했던 20년 이상 경력의 공식기록원도 끝내기 3루타에 관한 기억을 선뜻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끝내기 3루타는 경기기록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기록원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낯선 기록인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 중 간간이 터져 나오는 일반적 3루타와는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길래 그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것일까?

우선 끝내기 3루타는 점수차와 주자 상황에서 오는 제약이 따른다. 끝내기 홈런은 점수차가 얼마나 되었건 홈런과 타점기록 모두를 정식기록으로 인정을 받지만, 끝내기 3루타는 점수차와 주자 위치에 따라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기록이 가능해진다.

끝내기 안타의 루타수 결정에 관한 대원칙은 결승점에 해당하는 주자가 득점하는 순간, 그 주자가 진루한 루수와 같은 수의 루타만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돌려 말하자면 끝내기 안타가 3루타가 되기 위해서는 1루주자가 홈에 들어오는 순간, 결승점이 되면서 경기가 승리로 끝나야 한다.

동점에서 나가 있는 주자가 없을 경우 홈런이 아니라면 끝내기 안타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1루에 주자가 있다면 그 주자가 들어오는 순간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끝내기 3루타가 가능해진다. 1점차로 뒤지고 있다면 주자가 2명이 나가 있어야 하고 뒷 주자는 반드시 1루에 있어야 한다. 2점차로 뒤지고 있다면 주자가 만루여야 한다. 3점차라면 타자주자 자신이 들어와야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3루타가 아니라 끝내기 홈런(그라운드 홈런 포함)이 된다. 상황에 따른 제약이 이런 식이다.

그렇다 보니 기록 탄생환경에 딱 맞는 상황을 만나기도 어렵고, 때에 맞춰 장타가 터졌다고 해도 1루주자가 무사히 홈에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가지의 제약이 붙는다.

앞서 말한 끝내기 3루타 가능 상황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타자주자 자신이 3루까지 직접 가서 밟아야 기록이 최종적으로 인정이 된다라는 것이다. 루타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얻을 수 있는 루타수에 해당하는 루를 직접 터치해야 하는 의무를 기록규칙은 타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경기가 끝내기 안타로 끝났어도 기록원이 타자주자가 어디까지 가서 루를 밟고 돌아서는지를 끝까지 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도 기록을 가로막는 변수가 하나 존재한다. 가끔은 타자주자가 2루나 3루를 밟고 싶어도 결승점이 확정되는 순간, 일제히 물병을 들고 달려 나오는 동료들로 인해 루타수를 손해 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타자주자 자신도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는 기쁨에 그들과 어울리거나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개인 기록에는 마이너스다.

짐 토미가 13번째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던 때와 비슷한 시점이던 6월 24일, 넥센의 정수성은 귀한 끝내기 3루타 기록을 목전에 두고서도 의지 망각과 동료들의 훼방(?)때문에 결국 끝내기 2루타라는 흔한 기록에 만족해야 했는데….

정수성은 이날 삼성에 4-5로 뒤진 연장 10회말 1사 주자 1, 3루에서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타점 짜리 결승타를 쳐냈는데, 1루주자 장기영이 홈을 통과하는 순간 덕아웃에서 뛰쳐나온 선수들에게 2루를 돌자마자 포위당해 벌어진 결과였다.

그 상황에서 정수성에게 3루까지 달려가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확신하기 어렵지만 외야로 빠진 정수성의 안타가 홈으로까지 중계되지 못한 정황을 고려하면, 정수성이 3루를 밟기만 하면 끝내기 3루타를 인정받을 수도 있는 그런 그림으로 보였다. 그러나 동료들의 축하 세례까지 겹치며 기록은 끝내기 2루타로 귀결.

시야각도를 달리해 지난번 임재철의 3루타와 정수성의 2루타 차이는 팀의 덕아웃 위치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두산 임재철의 잠실 덕아웃은 1루쪽. 2루를 돌아 3루로 달리는 임재철을 동료들이 따라 나와 막을 수 있는 위치와 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정수성은 2루를 돌아 3루로 향하는 과정에서 목동구장의 넥센 덕아웃이 바로 눈 앞인 3루에 있던 관계로 동료 선수들의 접근이 아주 용이한 지점이었다. 둘 다 가능했던 끝내기 3루타가 혹여 여기에서 갈린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끝내기 3루타 기록의 탄생배경에 덕아웃 위치가 하나 추가(?)되어야 한다.

끝내기 승리의 기쁨에 취하는 것은 해당 팀만의 특권이지만, 그날 히어로의 기록도 한번쯤 돌아봐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임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