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의 육탄전 직후 흥분을 가라앉히며 훈련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라이코비치.  사진 출처=함부르크 홈페이지

'스마일보이' 손흥민(20·함부르크)이 팀훈련 도중 동료와 육탄전에 휘말렸다.

함부르크 모르겐포스트, 빌트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13일(한국시각) 함부르크의 오전훈련 도중 손흥민과 세르비아 출신 슬로보단 라이코비치(23)가 언쟁을 벌였다. 한팀으로 뛰던 수비수 라이코비치가 손흥민에게 "공을 골대로 차넣으라"며 빈정대며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격렬한 언쟁은 이내 주먹다짐으로 번졌다. 흥분한 라이코비치가 손흥민에게 주먹을 날렸고, 날렵하게 몸을 피한 손흥민 대신 바로 뒤에 서 있던 톨가이 아슬란(22·독일)이 주먹에 정통으로 맞았다. 이마가 찢어졌다. 아슬란이 피를 흘리며 그라운드에 드러누웠고, '절친' 아슬란의 부상에 격분한 손흥민은 '쿵푸킥(독일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을 날렸다.

훈련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동료들의 저지와 토르스텐 핑크 감독의 만류로 싸움이 겨우 종료됐고, 이날 함부르크의 훈련도 중단됐다. 팀 닥터에 의해 후송된 아슬란은 네바늘을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핑크 감독은 "팀 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 선수들에 대한 징계가 있을 것"이라며 강력한 사후조치를 시사했다.

외른 볼프 함부르크 언론담당 이사는 "라이코비치는 차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함부르크 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 다음주 한국에서 열릴 피스컵(19~22일)에도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훈련장에서 불미스러운 폭력사건에 휘말린 손흥민 또한 벌금형 등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첼시 출신 센터백인 라이코비치는 1m91-88㎏의 우월한 신체조건과 수비력으로 16세부터 21세 이하 세르비아대표팀에서 활약했다. 2007년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 대회에 최연소 선수로 출전해 세르비아의 결승행을 이끌기도 했다. 2005년 OFK 베오그라드에서 첫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불과 18세인 2007년 이적료 520만 유로(약 73억원)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이적에 합의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취업비자 문제로 인해 4시즌 내내 임대선수로 떠돌았다. 네덜란드리그 PSV에인트호벤(2007~2008년)과 트벤테(2008~2010년), 그리고 비테세(2010~2011년)를 전전했다. 결국 지난해 8월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 4년 계약을 맺으며 완전 이적했다.

그러나 그라운드 안팎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성향으로 인해 자주 트러블을 일으켜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조별 예선 아르헨티나전에서 심판 얼굴에 침을 뱉어 1년간 A매치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다. 지난해 10월 카이저슬라우테른과의 홈경기에서 상대선수의 얼굴을 팔로 가격하는 비신사적 반칙으로 퇴장당하는 등 터프한 수비수로 악명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