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학생과 교사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교실 안 CCTV 설치는 교사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힌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교실 안에서 왕따 폭력이 잦아지는가 하면 교사에 대한 성희롱, 욕설, 폭행 등 교권(敎權) 침해가 빈발하면서 "CCTV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폭력이 발생한 교실에 한해 일정 기간 CCTV를 설치하는 절충안도 제기되고 있다.

왜 찬성하나

11일 한국교총이 주최한 '교권 침해 극복사례 및 교권 강화 대안 모색 좌담회'에서 "교실 내 CCTV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시 교권조례 관련 연구 용역을 맡았던 노기호 군산대 법대 교수는 "학생이나 학부모, 외부인들이 교사를 때리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교권 침해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며 "CCTV를 설치하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행동을 조심하게 될 것이며, 교사를 괴롭히고 발뺌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증거 자료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전국 초·중·고교생 559만8438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피해 장소를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36만7207명 중에서 가장 많은 25%가 "교실에서 당했다"고 답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이모(43) 학생부장은 "학교 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가 교실"이라며 "교실 내 CCTV가 감시의 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2003년부터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교실 내 CCTV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 남부의 스톡웰 파크고등학교는 3년 전 교실마다 CCTV를 두 대씩 달았고, 매점·식당·운동장 등에도 40여대를 달아 교내에 총 100여개의 카메라를 설치했다. CCTV에 촬영된 내용은 교장의 허락을 맡은 사람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학교는 영국방송 BBC 프로그램에서 "CCTV가 학교 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논란을 해결하고,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에게 제기하는 각종 불만을 확인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왜 반대하나

CCTV에는 학생과 교사의 행동이 고스란히 녹화된다. 체육복을 갈아입는 모습, 밥 먹는 모습도 촬영될 수 있다. 국가인권위가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의 질의에 "교실 내 CCTV는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판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고교 김모(41) 교사는 "교장이나 교감이 교사들 수업 모습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면서 "학생들 입장에서도 수업시간에 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고 송요원 교사는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으로 대하고 가르쳐야 할 교실 안에 경찰이 범죄 증거를 잡으려는 목적과 같은 CCTV를 설치한다는 것은 비(非)교육적인 발상"이라며 "학교 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도 CCTV를 설치할 때는 학교 구성원의 동의를 거쳐 까다롭게 해야 한다"며 "인권침해 소지 문제가 있는 만큼 교실 내 CCTV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