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 기자] 요즘 드라마가 자꾸 독해지고 있다. 어지간한 영화를 능가하는 반전과 통 큰 스케일을 갖추고 시청자들을 '멘붕'(멘탈 붕괴)시키는 작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제 반전이 없으면 마치 드라마도 아니라는 듯, 허를 찌르는 스토리와 캐릭터로 안방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

SBS 월화드라마 '유령'이 연이은 멘붕 전개를 펼친 끝에 결국 지난 5일 방송분에서 동시간대 1위 KBS 2TV '각시탈'과의 시청률 차이를 크게 좁혔다. 이날 '유령'은 13.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4.0%를 기록한 '각시탈'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전날에 비해 '각시탈'은 0.8%포인트 하락한 반면 '유령'은 무려 2.4%포인트나 상승하며 대조를 이뤘다.(AGB닐슨, 전국기준)

'유령'이 이토록 위협적인 기세를 떨치게 된 건 연이은 '멘붕' 전개가 통한 데 따른 성과로 보인다. 김우현을 2회 만에 죽이고 박기영(소지섭 분)이 김우현으로 페이스오프한 것이나 스파이인줄로만 알았던 한영석(권해효 분)가 조현민(엄기준 분)에 의해 죽음을 맞는 등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을 당혹 또는 열광케하고 있는 것. 김은희 작가의 치밀하고도 대담한 대본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예측불허 드라마는 나오기 힘들었을 거라는 게 방송가 안팎의 중론. 출연진조차도 대본을 접하고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란 전언이다.

또 다른 인기 드라마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역시 독한 반전과 멘붕 전개로 극찬 받고 있다. 동시간대 1위 독주를 거듭했던 MBC '빛과 그림자'가 막을 내림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측될 만큼 인기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 김성령 등 중견 연기자들을 대거 발탁, 경쟁작들과의 화제성면에서 다소 뒤쳐질 줄만 알았던 이 작품은 첫회 부터 영화 뺨치는 폭풍 전개와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제대로 입소문을 탔다. 결국 회를 더해가며 눈에 띄는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고 전개가 중반을 넘어선 현재까지도 더 큰 뒷심이 기대되는 중이다.

딸을 죽인 범인, 그 배후에 있는 대권 주자 강동윤(김상중 분)을 상대로 외롭고도 무서운 싸움을 벌여나가고 있는 형사 백홍석(손현주 분)의 미래, 과연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감히 예측이 어려운 상황. 중간중간 가족이나 친구, 동료까지도 거대 권력에 의해 백홍석을 등지는 반전들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샀고, 절대 강자인 것 같던 강동윤 역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한오그룹 회장인 장인과 피비린내 진동하는 싸움을 이어나가며 많은 피를 쏟아 시청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여러 드라마들이 반전 코드를 삽입하고 다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연출을 가미하면서 지상파 수위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 톱스타 주인공들의 얼굴이나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력 혹은 수려한 영상미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분명 저문 것으로 보인다. 안방극장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함께 전율하고 같이 울며 호흡할 수 있는 작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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