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다!" "애국가를 부정하는 ×이 여기 왜 왔느냐. 당장 나가라!"

3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중단 전국 농축수산인 결의대회'에 나타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농어민들의 반발로 대회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35분쯤 집회 장소인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대회장에 들어서는 이 의원을 발견한 한 농민이 "이석기다!"라고 외치자 대여섯명이 순식간에 주위로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농민 수십명이 이 의원과 보좌진을 둘러쌌다. 이 의원 일행이 집회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농어민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당장 돌아가라" "여기에 (당신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외치며 진입을 가로막았다.

이 의원 일행이 계속 진입을 시도하자 농민들은 "애국가를 인정 안 하고 무시하는 ×이다" "국민의례도 안 하는 ×" "빨갱이는 북한으로 가라"고 외치며 이들을 가로막았다. 몇몇은 손에 들고 있던 막대풍선으로 이 의원과 보좌진의 몸을 때리고 깃발을 휘두르면서 위협을 하기도 했다.

한 농민이 갑자기 뛰쳐나와 "당신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며 이 의원의 양복 옷깃을 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 농민은 집회에 참석한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가서 큰절을 하며 "빨갱이 이석기를 국회에서 몰아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농민도 옆에서 "강기갑(위원장)은 믿을 수 있지만 이석기는 아니다"고 외치기도 했다. 동행했던 진보당 김미희 의원과 다른 농민 단체 회원들이 말리면서 몸싸움은 1분 만에 끝났지만 이 의원은 결국 대회장에서 쫓겨났다.

3일 한중 FTA 반대 농어민 집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큰절을 하며“빨갱이 이석기를 국회에서 몰아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이 농민은 앞서 이석기 진보당 의원의 양복 윗옷을 잡은 인물과 동일인이다.

이 의원은 일부 농민 단체 회원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대회장 뒤편을 돌아 반대편까지 간 뒤 다시 대회장에 입장했다. 이 의원은 저지하는 농민들과 몸싸움을 하려는 보좌관들에게 "괜찮아"라고 몇 번 말했을 뿐 표정 없이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 의원은 1시간 30여분쯤 자리를 지키다가 떠나면서도 이날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멱살을 잡혔는데 지금 심경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멱살 잡힌 적 없다"고 답했다. 보좌관들도 "의원님은 멱살 잡힌 적 없다"고 되풀이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김동일 정책연구위원장은 "진보당을 비롯한 각 정당에 (행사 관련) 보도 자료를 보냈는데 이 의원은 이를 보고 참석한 것 같다"며 "이 의원이 농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해왔는지도 모르겠고, 문제가 많은 국회의원이라서 힘겨운 투쟁을 하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이 자리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중 FTA 반대 농어민 집회에 참석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점선)과 보좌진에게 몇몇 농민이 “빨갱이”, “애국가를 부정하는 ×”이라고 소리치며 막대풍선을 휘두르고 있다.

이날 한중 FTA 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원회는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농어민 1만5000여명(경찰 추산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한중 FTA 2차 협상 진행을 규탄했다. 비대위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32개 농업·축산업·어업 단체로 구성됐다. 한미 FTA 저지 시위에 단골로 참석하던 민주노총, 전교조, 한국대학생연합 등 200여 각종 좌파 단체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년 10월 전국농민회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주최한 한미 FTA 반대 시위 때는 민주노총과 한대련 회원 등 3000여명이 참석했고, 그중 일부가 국회 담장을 넘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미 FTA 반대 집회 때는 한대련, 민주노총 등 좌파 단체가 80∼90%였지만 이번 한중 FTA 반대 집회 참여자는 99%가 농어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