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의 냉동탑차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전주시내 모예식장의 전(前) 사장 고모(44)씨, 그리고 고씨와 채권·채무로 갈등을 빚던 정모(55)·윤모(44)씨였다. 한때 형제처럼 지냈던 세 사람이 종적을 감춘 지 13일 만이었다. 고씨는 불에 탄 번개탄과 함께 운전석에 있었고, 정씨 등은 청테이프 등으로 묶여 적재함 안에 있었다. 경찰은 고씨가 정씨 등 2명을 납치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적어도 고씨의 주변인물 8명이 가담하거나 연루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2일 고씨의 아들(21)과 사촌 처남(47), 폭력조직원 K씨(40) 등 3명을 고씨의 납치·감금에 가담한 혐의(중감금)로 구속하고, 최모(20)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황모(39)씨와 사건 이후 태국으로 달아난 김모(36)씨 등 3명도 범행과 깊숙이 관련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정씨 등 2명이 전자충격기로 제압당한 4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 고씨와 달아난 김씨 등 수 명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또 고씨가 다음 날 새벽 결박된 정씨 등 2명을 전북 장수의 농가로 옮기는 과정에 아들과 폭력조직원 K씨가 동행했다고 밝혔다. 장수의 농가는 사촌 처남의 연고지였고, 결박에 사용한 청테이프와 생수 등은 고씨의 아들이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입건된 최씨 등 2명은 고씨 아들의 선후배로, 납치 현장에 도착한 뒤 범행 사실을 알았으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초기 경찰은 고씨의 유서를 토대로 고씨가 정씨 등 2명의 폭력과 협박에 앙심을 품고 혼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냉동탑차 안에서 고씨 아들의 지문을 찾고, 고씨와 사건 첫날 통화했던 황씨가 초기 범행에 이용된 렌터카를 빌린 사실을 밝혀내면서 주변 인물로 수사를 넓혔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알리바이를 추궁하면서 증거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12.07.0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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