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앙리들로네컵을 차지하기 위한 최후의 승부를 벌였다. 2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유로 2012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결승전이 열렸다. 전반 스페인 호르디 알바가 두 번째 골을 넣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키예프(우크라이나)=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7.02

스페인이 유로 2연패, 메이저대회 3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스페인은 2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탈리아와의 유로2012 결승전에서 실바와 알바, 토레스, 마타의 골을 묶어 4대0 승리를 거뒀다. 델 보스케 감독의 뚝심이 돋보인 경기였다. 당초 델 보스케 감독은 전문 공격수 3명을 기용할 뜻을 내비쳤지만, 가장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던 제로톱 카드를 꺼냈다.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스페인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진행됐다. 스페인은 자유자재로 패싱게임을 구사했고, 이탈리아는 예선처럼 효과적으로 스페인을 막지못했다.

스페인은 골키퍼에는 카시야스, 포백에는 왼쪽부터 알바, 피케, 라모스, 아르벨로아, 미드필드에는 부스케츠, 알론소, 차비, 스리톱에는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 실바를 기용했다. 제로톱의 의도는 명확했다. 바로 피를로 봉쇄다. 전방에 포진한 3명의 선수들이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피를로를 차례로 마크했다. 이탈리아 공격의 젖줄인 피를로를 막아 이탈리아 미드필드의 위력을 반감시키자는 의도였다. 의중은 맞아 떨어졌다. 이탈리아는 컨트롤타워가 흔들리자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은 강력한 전방 압박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괴롭혔다. 첫 골도 이같은 분위기 속에 나왔다. 전반 14분 이니에스타가 침투하는 파브레가스에게 기가 막힌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페널티박스안 오른쪽을 돌파한 파브레가스가 크로스한 볼을 실바가 헤딩으로 받아 넣었다. 대회 내내 엄청난 수비력을 보인 이탈리아의 수비진도 꼼짝할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후에도 스페인의 패싱게임은 이어졌다.

프란델리 감독은 전술 변화로 대응했다. 예고대로 4-3-1-2 포메이션을 내세운 이탈리아는 데로시를 포어리베로로 기용한 변형 스리백으로 전술변화를 시도했다. 데로시로 하여금 상대 압박에 흔들리는 피를로와 함께 경기를 풀어나가라는 의도였다. 어느정도 프란델리 감독의 생각은 맞아떨어졌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카사노-발로텔리 투톱은 부진하며, 마르키시오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키엘리니의 발목부상이 재발되며 교체아웃됐다. 분위기 반전의 순간 득점하지 못한 이탈리아는 결국 추가골을 내줬다. 전반 40분 차비가 볼을 잡자 알바가 문전으로 쇄도했고, 차비는 지체없는 킬패스로 연결했다. 알바는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스페인 축구의 정수를 보인 골이었다.

후반 들어서도 경기 양상은 전반과 다르지 않았다. 이탈리아가 디 나탈레를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스페인은 변함없이 자기만의 축구를 펼쳤다. 후반 6분 오프사이드를 뚫은 디 나탈레의 슈팅이 카시야스 손에 맞고 나온 것이 아틸리아로서는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탈리아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티아고 모타를 투입했다. 악수였다. 후반 11분 몬톨리보를 대신해 마지막 교체카드로 투입된 모타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실려나갔다. 11대10으로 스페인을 상대한 이탈리아는 의지를 잃은 모습이었다. 경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남은 시간은 스페인의 현란한 패싱게임을 지켜보는 일 뿐이었다. 후반 38분 교체투입된 토레스가 차비의 스루패스를 받아 침착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키며 쐐기를 박았다. 42분에는 교체투입된 마타가 토레스의 패스를 골로 연결했다. 결국 경기는 4대0으로 끝이 났다.

프란델리 감독과 이탈리아 팬들은 침통한 모습이었고, 스페인 벤치와 팬들은 축제분위기였다. 최고의 결승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소 맥빠진 경기가 됐다. 그러나 최고의 팀이 최고의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스페인의 축구는 우승을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서 치른 6경기에서 12골-1실점이라는 완벽한 공수밸런스를 보였다. 제로톱 전술이라는 축구의 미래도 제시했다. 사상 초유의 메이저대회 3연패를 차지한 스페인은 역사상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