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예선에서 '제로톱'(스페인)과 '신개념 스리백'(이탈리아) 등 축구 전술의 진수를 펼치며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 결승에서 다시 만나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이탈리아는 29일 4강전에서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가 두 골을 터뜨리는 활약에 힘입어 독일을 2대1로 눌렀고, 스페인은 28일 포르투갈과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2 승리를 거뒀다.
7월 2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맞붙는 양팀 대결은 각각 특색 있는 팀컬러와 스타를 보유한 신·구 축구 명문의 한판 대결이라는 점에서 명승부를 예고한다.
◇3연속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는 스페인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한다는 뜻)' 사커로 세계 최강에 오른 '무적함대' 스페인은 사상 첫 메이저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유로 2008에 이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이 유로 2012에서도 정상에 오를 경우 축구사의 신기원을 작성하게 된다.
스페인은 주전 골잡이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한 공백을 '제로톱' 전술로 커버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의 효율적인 포지션 변화를 통해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트리고 득점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 전술의 핵심을 이루는 공격형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는 조별리그 이탈리아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두 골을 올린 데 이어 포르투갈과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와 마침표를 찍는 활약을 펼쳤다. 파브레가스는 4년전 유로 2008 8강전 이탈리아와 승부차기에서도 마지막 키커로 나와 4대2 승리를 결정지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다른 팀을 압도하는 패스 축구를 선보이고 있지만 한방을 터뜨려줄 해결사 부재는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유로 2008 결승에서 독일을 상대로 결승골(1대0)을 터뜨렸던 페르난도 토레스(첼시)가 다시 한번 부활포를 쏘아올리며 스페인의 영웅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저력의 이탈리아 "44년 만에 정상 보여"
'세계에서 가장 이기기 힘든 팀'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축구의 저력은 이번 대회에서도 빛나고 있다. FIFA 랭킹 12위인 이탈리아는 당초 우승 후보로 꼽히지 못했지만 유로 예선부터 14연승을 달리던 독일을 2대1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는 뚝심을 보였다. 조별리그에서는 '신개념 스리백(3명이 중앙 수비를 맡고 양 측면 수비수가 공수에 적극 가담)'으로 스페인과 대등한 경기를 벌였고, 잉글랜드(8강전)와 독일(4강전)전에서는 오히려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로 상대를 압도했다. 패스의 젖줄 역할을 하는 '마에스트로'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수를 조율해 팀 밸런스는 이번 대회 최고로 평가받는다.
독일전에서 두 골을 넣은 마리오 발로텔리와 '악마의 재능'이란 별명을 지닌 안토니오 카사노(AC밀란)가 이끄는 공격진은 스페인보다 중량감이 있다. 이탈리아는 유로 1968 이후 44년 만에 정상에 도전한다.
역대 전적에서는 이탈리아가 8승11무7패로 스페인을 앞선다. 이번 결승전은 골키퍼계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이탈리아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과 스페인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거미손 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또 승부차기로 갈 경우 골문 한가운데로 가볍게 차는 칩슛으로 골키퍼를 속이는 '파넨카 킥'을 선보였던 이탈리아 피를로와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의 대결도 뜨거운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