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인왕초등학교는 올 1학년 신입생이 120명. 이 학교 개교 50년 역사상 가장 적다. 6학년이 7개 반 197명으로 가장 많고, 5학년 171명(6개 반), 4학년 133명(5개 반)으로 학년이 낮아질수록 학생 수가 급격히 준다. 1~4학년은 5개 반씩이지만, 학급당 학생 수는 4학년 평균 26.6명에서 1학년 24명으로 뚝 떨어졌다.

6학년이 유독 많은 것은 2000년을 맞아 6년 만에 출산율이 반짝 올라간 '밀레니엄 베이비세대'였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6학년과 1학년의 학생 수가 무려 23만명 차이가 난다.

1학년 1반 이진희 교사는 "우리 반은 21명으로, 교직생활 12년 만에 이렇게 적은 아이들을 가르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한 해 태어난 신생아가 가장 적었던 2005년생(43만5031명)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전국 초등학교마다 사상 최저 숫자의 신입생을 기록했다. 43만5031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아기가 태어난 1971년생 102만4773명의 절반(42.5%)도 채 안 된다.

2005년은 IMF 이후 취업 부진·결혼 기피 등으로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인 '1.08'로 '바닥'을 친 해였다. 2005년생부터 2009년까지 5년간 태어난 아이들은 한 해 43만~49만명씩 우리나라 역대 신생아 수가 가장 적은 이른바 '1.08세대'다. 2009년생(44만4849명), 2006년생(44만8153명), 2008년생(46만5892명) 순으로 역대 신생아 순위 최저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들 중간에 낀 2007년생들은 2006년 쌍춘년을 맞아 결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황금돼지해(2007년)'를 맞아 출산 붐을 이루면서 전해보다 4만5000여명이 반짝 더 태어난 세대다.

'1.08세대'는 앞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초미니 세대'인 이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앞으로 초등학교 한 반 인원이 지난해 25.5명에서 20명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1978년 71.8명에 비해 3분의 1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270만명에 달하는 대학입학 연령대(18~21세) 인구가 이들이 대학 갈 때는 180만명대로 급감해 대입 경쟁률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취업 경쟁자도 줄어들어 취직하는 데도 유리해진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은 좋은 대학 가고, 취직하기 위해서인데, 이들은 대입·취업문이 넓어지고 경쟁이 약해지면서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35만명에 달하는 군 입영 대상자가 이들 때부터는 20만명으로 급감해 국방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장교·부사관만 아니라 일반 사병들도 월급을 현실화시키는 '유급지원병' 확대를 통해 '장정 감소'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1.08세대' 여성들은 3~4세 나이 많은 남성에 비해 숫자가 줄어든 만큼 혼인에서 '금값'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신랑을 조건을 보고 골라잡을 수 있는 것이다.

☞1.08세대

2005년생부터 2009년까지 5년간 태어난 아이들. 한 해 43만~49만명씩 우리나라 역대 신생아 수가 가장 적은 세대다. 특히 2005년에는 출생아 수가 43만5031명,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각각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앞으로 이들은 성장하면서 한국 사회 풍경을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