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돈도 벌자." 2009년 가을,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한 청년이 모교인 연세대에 구인 포스터를 붙였다. 몇 달이 지났지만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그로부터 3년. 이 회사는 주요 언론사를 포함, 1만7000개의 사이트에서 활용되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소셜댓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IT형 사회적기업 '시지온' 이야기다. 이인경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무국장은 "고등학교에서 사회적기업 공모전 참여의사를 밝히고, 중학교에서 사회적기업 탐방 의뢰를 해오는 등 저변이 더 확대되는 추세"라며 "청년들의 다양한 욕구와 사회적 트렌드, 정부의 정책방향이 만난 결과"라고 말했다. '더나은미래'는 세스넷, 하자센터, 사회연대은행, 함께일하는재단 등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4곳 단체의 협조를 받아, 청년 예비 사회적기업가 35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이들의 고민과 당부를 들어봤다.

왜 청년들은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걸까. 설문에 참여한 35명의 창업 전 종사직업을 보면, 대학생 및 대학원생(16명)이 가장 많았으나, 영리기업(7명)과 자영업(6명)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사회적기업 연구 및 프로젝트 실행 동아리 등을 꾸리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는 글로벌 비영리단체 '사이프(SIFE)', 사회적기업 연구 대학연합동아리 '센(SEN)', 서울대학교 내 사회적기업 연구동아리 '스누위시(SNU WISH)'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영리기업에서 일하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사례도 많다. 강연과 콘서트의 결합을 시도한 강연기획 전문 예비사회적기업인 마이크임팩트 한동헌 대표도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2년 반 근무하다 사회적기업 창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대표는 "가장 소중한 20대를 바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친환경소재로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에코웨딩전문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는 방송국 의상실에서 근무하다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전북의 글로엔엠 서정훈 대표는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역주민을 연구원으로 하는 친환경 세제·바이오 전문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사회적기업 창업 이유…'사회 혁신도 하고 돈도 벌고'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청년들은 지인(10명), 동아리(8명), 정부 공고(6명), 각종 매체(5명), 학교 수업(5명) 등으로 답했다. 사회적기업에 도전한 이유는 '사회혁신 의지' 때문이었다. 청년들은 "빈익빈 부익부로 치닫는 자본주의의 한계에 염증을 느끼던 중 사회적기업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봤다" "사회적으로 기여하면서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서" "사회혁신과 자기고용-좋은 일 하면서 돈 벌고 싶어서"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공헌을 하면 더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어서" 등의 답변을 했다.

'사회적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4명이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꼽았다. 경영마인드(16명), 인맥 등 개인 네트워크(4명), 기타(자금력: 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지역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위탁기관 중 하나인 '세스넷'의 이승수 창업보육센터 경영컨설턴트는 "젊은 층의 호응도가 크게 늘면서 경쟁이 무척 치열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열정에 비해 사회적기업을 정확히 이해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고자 생각한 기간'을 묻는 질문에 무려 14명이 '1~2년'이라고 답했다는 점도, 현실감 결여를 우려케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성과를 만들기 위해선 적어도 5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익을 남기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영리기업의 경우에도 말이다.

◇청년들, '인건비 외 재정지원' 필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데 가장 어려운 사항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상당수가 '재정적인 어려움'(17명)이라고 답했다. 시장진입 및 판로개척(12명), 인력수급 및 교육(7명) 등 경영상의 어려움도 제기됐다.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기업인 사회적기업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는 "사회적기업일수록 특별한 상품을 고민해야 한다"며 "사회적기업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는 '퀄리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효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청년들은 '인건비 외 재정지원'(22명)을 꼽았다. 인건비 지원(11명), 공공기관 우선구매(7명), 경영컨설팅·프로보노 등 경영지원(5명) 등도 뒤를 이었다. 이는 기존 사회적기업가들의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 경력의 사회적기업가인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는 "인건비 지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초기정책은 분명 많은 사회적기업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적기업들이 역동적으로 커 나가는 데는 오히려 제약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스넷 정선희 상임이사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우선구매, 수의계약상의 가산점, 제한입찰 등의 시도를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공공시장 판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과 호응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이 바로 설 수 있는 생태계 조성과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닮고 싶은 사회적기업 없어"…한계 극복해야

'국내 사회적기업 중 가장 닮고 싶은 곳'을 묻는 질문에 무려 21명이 '없다'라고 답했다. '아름다운가게'(3명)를 제외하고 노리단, 오르그닷, 딜라이트, 콩세알, 시지온, 공신, 유자살롱 등은 각각 1명씩이 꼽았다. 청년들은 또 '현 사회적기업 정책에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복잡한 행정처리 단순화(4명),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개선(3명), 대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축(2명), 교육 및 견고한 컨설팅(2명), 엄격한 평가과정 필요(2명) 등 골고루 답했다.

정선희 이사는 "사회적기업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시점 자체가 일반 기업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고 과정도 험난하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사회적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주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