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영웅’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하라 다츠노리(原辰德·53) 감독의 ‘섹스 스캔들’로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20일 발간한 최신호에서 “야쿠자 2명이 2006년 8월 하라 감독에게 그의 옛 여자가 쓴 일기의 사본을 들이대며 1억엔(약 14억6000만원)을 요구하고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슈칸분슌은 또 “일기의 사본은 요미우리 선수단이 원정경기를 할 때 투숙했던 호텔의 여직원이 1988년 작성한 것으로 하라감독 외에 당시 선수 2명의 이름이 더 등장한다”고 전했다.
이 보도로 일본 야구계가 발칵 뒤집히자 하라 감독은 이날 오후 인터넷에 ‘팬 여러분께’란 제목의 글을 올려 보도된 내용 대부분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하라 감독은 “나는 1988년 한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 그 여성과는 곧 연락을 끊었지만, 그로부터 18년 뒤인 2006년에 프로야구와 관련된 인물로부터 (협박)전화를 받았다”면서 “(그 사람은) ‘당신의 여성문제에 관한 일기가 있다. 공개되면 야구계는 큰일 난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라 감독은 “협박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불안감을 느꼈지만,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해석해 요청된 돈 1억엔을 전달했다. 고민을 거듭해 선택한 괴로운 결정이었다”며 “이 일은 내 부덕의 소치며 천박한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수를 지도하는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사람으로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모모이 쓰네카즈(桃井恒和) 요미우리 사장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하라 감독이 1억엔을 건넨 것은 맞지만, 반사회적 세력에 돈을 준 사실은 없다. 돈을 받은 사람은 야쿠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며 “이번 보도로 하라 감독과 자이언츠의 명예가 훼손됐으니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스캔들과 관련된 뒷이야기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하라 감독을 협박했다고 알려진 야쿠자 2명 중 1명은 2007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사망한 야쿠자의 선배가 2009년 4월 요미우리 구단에 문제의 일기 사본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협박해 경찰에 체포됐었다. 구단은 이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로는 기요타케 히데토시(63) 전(前)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대표가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요타케 전 구단대표는 한때 와타나베 쓰네오(86) 회장의 최측근이었지만 지난해 말 와타나베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가 축출됐다. 요미우리 그룹은 이날 기요타케 전 대표에게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일원이었던 사실을 자랑으로 여겨달라. 아직 늦지 않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