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뒤(7월1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시인 백석(1912~1996)의 문학전집이 출간된다. 또 오는 30일에는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에서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학술대회'가 열린다.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대중이 좋아하는 시인으로 반복해서 꼽히고, 백석을 주제로 하는 국문학과 석·박사 논문만 지금까지 총 600여편이 쏟아질 만큼 문단 안팎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시인의 100주년 문학축제다.
서정시학에서 출간된 '백석 문학전집'은 이동순(영남대), 김문주(영남대), 최동호(고려대) 교수가 엮었다. 총 5권으로 시와 산문은 종이책으로 냈고, 번역시와 번역소설(고요한 돈강·2권) 등 3권은 e북으로 펴낸다. 이 세 교수는 20일 서울 인사동에서 간담회를 갖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우선 새롭게 발굴된 작품은 모두 광복 이후 북에서 거주할 당시 발표한 작품들. 시는 '등고지'(1957), '천년이고 만년이고……'(1960), '조국의 바다여'(1962) 3편이고, 산문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산문 문학 소묘'(1957), '문학신문 편집국앞'(1959) '관평의 양'(1959), '가츠라 섬을 그리워하실 형에게'(1961) 4편이다.
하지만 단순한 발굴 편수보다 이 전집이 중요한 까닭은 최근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는 백석 문학의 정본(正本)을 추구했다는 점. 1987년 첫 백석시전집을 펴냈고, 이제 25년 만에 다시 전집 발간에 참여한 이동순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백석 관련 서적을 총망라하고, 하나하나 원본과의 대조작업을 통해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1912년 7월 1일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은 1996년 1월 양강도 삼수 관평리에서 양치기로 생을 마감했다. 84년 일생은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했다. 19세 나이로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소년 문사는 투박한 북방사투리로 토착적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누구보다 모던한 감각을 지닌 시편으로 사랑을 받았다. 시집 '사슴'의 시편들과 그 이후에 발표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국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6·25 이후 고향이 있는 북에 남았지만 북한 정권의 냉대 속에 30년 넘는 세월을 벽촌에서 농사짓고 양을 치며 살아야 했다.
시작에 전념했던 광복 이전과 달리, 북에 있던 동안 그는 아동문학 창작과 번역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로는 생존을 위해 어설픈 체제 찬양을 하기도 했다. 김일성 체제하에서 정치투쟁에 익숙하지 못했던 시인의 차선이자,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했던 시인의 생존방식이었던 것이다. 최동호 교수는 "천재 시인으로 평가되던 그의 인생은 후반부에 이르러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금지되었고, 당에 대한 충성심 부족과 '부르조아 잔재'로 인해 비참하게 종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집 1권에는 지금까지 발굴된 그의 창작시 144편이 실렸고, 2권 산문 편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작이었던 '그 모(母)와 아들' 등 단편 소설 3편과 산문, 평문, 아동문학 관련 비평글이 묶였다. 1930년대 전성기의 작품들은 대부분 조선일보와 그 자매지 '여성' '조광'에 발표했다. e북에는 번역시 208편을 한 권으로 묶고, 번역소설 '고요한 돈강' 역시 e북으로 펴낸다. 러시아의 노벨상 작가 숄로호프의 대표작 '고요한 돈강'은 백석이 번역에 투신한 작품으로 1949년부터 2년 동안 200자 원고지 46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옮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일 열리는 기념학술대회에서는 서울대 방민호 교수가 '백석번역문학의 높은 수준-고요한 돈강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는 '백석의 시적 지향과 표현방법'을 주제로 강연한다. 고려대 고형진 교수는 백석의 시에 자주 나오는 형용사에 주목, '가난한 나의 무섭고 쓸쓸하고 서러운, 그리고 좋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