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건너온 플로렌스(여·40)씨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 글로벌빌리지센터'문을 두드렸다. 주말을 이용해 여수엑스포 구경을 가고 싶었지만 티켓 예매사이트가 한글 투성이라 한국말이 서툰 탓에 혼자 계획을 짜기가 버거웠기 때문. 센터 문을 열자 김옥진 대리가 밝은 얼굴로 예매를 도왔다. 김 대리는 본인 아이디로 여수엑스포 표를 산 뒤 플로센스씨에게 계좌 이체로 표 값을 송금하도록 했다. 외국인 등록번호까지 있는 플로렌스씨였지만 예매사이트를 통해 아이디를 만들고 프랑스에서 가지고 온 신용카드를 쓰려니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김 대리는 여수엑스포 표와 서울에서 여수까지 가는 고속철(KTX)을 대신 예약해주고, 숙소를 잡을 수 있는 영어 사이트도 알려줬다. 이어 여수엑스포 지도를 펼쳐들고 플로렌스씨와 함께 엑스포 관람 동선(動線)을 짰다. 플로렌스씨는 마지막으로 반포 서래마을에서 서울역 가는 법을 묻고 센터를 나섰다.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
지난 2008년 6월 문을 연 서래 글로벌빌리지센터에는 인근에 사는 외국인 주민이 하루 10여명가량 들러 고충을 해결한다. '작은 프랑스'로 불리는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들을 비롯,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 이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줄여주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서래센터가 생겼다. 이곳에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강좌 등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도록 돕는 것부터 케이블 TV 신청, 주차위반 과태료 납부 등 소소한 민원까지 해결해준다. 센터장인 프랑스 출신 시페르 나자뜨(여·26)씨는 "외국에서 오면 은행 계좌 개설부터 공연 예매까지 쉬운 게 없다"며 "사소한 것까지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 외국인들 정착을 돕는 글로벌빌리지센터는 서울 시내에 모두 7곳. 지난 2008년 1월 마포구 동교동에 연남 글로벌빌리지센터를 시작으로 2009년 9월 영등포구 대림동 영등포 글로벌빌리지센터까지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거리마다 하나 둘 들어섰다. 기본적으로 모든 센터에서 생활 상담과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지역에 따라 주로 거주하는 외국인 출신지를 고려해 특화 사업을 벌인다. 중국인이 많이 사는 연남동 센터에서는 한국생활 정착 지원 강좌, 운전면허 필기 시험반 등 생활 밀착형, 비즈니스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많은 역삼동 센터에서는 금융세미나가 열린다. 서래센터에서는 와인 강좌, 유럽요리 강좌 등이 인기며, 세계 각국 외국인이 다양하게 섞인 이태원 센터는 스마트폰 강좌, 포토북 강좌 등 실용적인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리틀 도쿄'로 알려진 이촌동에 있는 센터는 방과 후 교실, 육아세미나 등 주부 대상 강좌가 잦다. 취업이 절실한 조선족 주민을 상대하는 영등포센터는 취업지원 교육이 필수로 자리 잡았고, 각국 대사관이 몰린 성북동 센터는 글로벌 요리 등 문화 교류형 강좌가 눈길을 끈다.
◇글로벌센터 이용자 연 14만명
지난 2010년 프랑스인 남편과 세 아이를 데리고 귀국한 고은영(여·40)씨는 "남편 직장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게 됐을 때 아이들이 한국말을 못해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글로벌빌리지센터를 통해 학교에서도 잘 배우기 어려운 한국어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아 아이들이 비교적 쉽게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고씨 딸 나오미(12)와 아들 위고(10)는 "글로벌빌리지센터 수업에서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이 알게 되고 수업도 노래를 부르며 하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울 각 지역 글로벌빌리지센터 연간 이용자 수는 2009년 7만8442명에서 2011년 14만1426명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서울시 김명주 외국인생활지원과장은 "외국인 밀집지역 위주로 센터를 세웠는데 한국 문화, 한글 교육뿐 아니라 생활 속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반응이 좋다"며 "오는 10월 중구 광희동에 광희 글로벌빌리지센터를 여는 등 외국인 지원 시설을 계속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