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주영은 “반드시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을 이 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영(27·아스널)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박주영은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병역 연기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정이 끝나고 지난달 14일 극비 귀국한 그는 그동안 외부 노출을 삼갔다. 남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머리를 숙여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동석했다.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박주영입니다"라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준비한 글을 읽어내려간 박주영은 "병역 연기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와 관련해 마음속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기자회견을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AS모나코에서 3년간 뛰며 축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축구선수로 유럽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병역 연기는 이민이나 병역 기피를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당시 병무청에 자필로 쓴 병역의무이행서를 제출했다. 다시 한 번 국민께 반드시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주영의 병역 연기 논란은 지난 3월 불거졌다. 박주영 측은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작년 8월 초 병무청에 국외 이주 사유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원을 제출해 8월 29일자로 국외여행기간 연장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영주권제도가 없는 모나코공국이 AS모나코에서 활약한 박주영에게 10년짜리 장기 체류자격을 줘 만 37세가 되는 2022년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이 문제는 '정당한 절차'냐 '합법적인 꼼수'냐를 두고 축구계를 넘어 사회의 뜨거운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파장이 커지자 박주영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3월 24일자 참조〉를 통해 "35세 이전에 현역 입대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문제가 불거졌다.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기 전 박주영이 병역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정리해주기를 원했지만 박주영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박주영은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사람의 조언을 얻어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최강희 감독님과는 소원해졌거나 이런 문제는 없다. 당시엔 감독님이 선수를 선발하기에 앞서 내가 나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곤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이어가던 박주영의 얼굴은 내달 개막하는 런던올림픽 얘기가 나오자 살짝 펴졌다. 그는 "동메달을 따서 병역 혜택을 받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내 마음을 열게 한 (홍명보)감독님, 선수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행복하게 축구를 하고 싶다.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박주영이 떠올리는 '아름다운 추억'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그는 구자철·김보경 등 현 올림픽팀의 주축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후배들을 하도 따라다녀 '인간 자석'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잘 융화했다. 준결승전에서 UAE(아랍에미리트)에 지면서 병역 특례가 걸린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박주영은 이란과의 3·4위전에서 기적과 같은 4대3 역전승을 연출한 뒤 홍명보 감독과 부둥켜안고 울었다. 당시 박주영은 "처음엔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후배들을 통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지금 박주영의 컨디션은 어떨까. 2011~2012시즌 아스널에서 6경기 출장에 그친 박주영은 "올림픽팀에서 훈련하며 얼마나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올림픽 본선을 대비해 최상의 몸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박주영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박주영처럼 해외 국가 장기체류권을 지닌 군 미필 남성은 영리 활동을 통해 수입이 발생할 경우 최대 60일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박주영은 그동안 축구 대표팀 멤버로 자주 차출돼 영리 활동 기간이 40여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 J리그의 한 클럽에서 몸을 만들 예정"이며 "코칭 스태프를 통해 몸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