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성균관대 논술시험을 "쉬운 논술"이라고 잘라 말했다. △매년 큰 변화 없이 일정한 형태와 수준으로 출제되며 △고교 교과 과정 안에 있거나 그와 관련된 내용을 주제로 하기 때문. 2013학년도 논술시험 역시 지난해와 같은 형태로 출제될 전망이다. 김 처장은 "특히 올해는 수시 지원 6회 제한으로 전형이 크게 바뀐 대학이 많아 수험생의 혼란이 가중됐다"며 "논술고사 형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건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논제가 묻지 않은 말 쓰지 말 것

성균관대 논술시험의 목적은 지원자의 비판적·논리적 사고력과 분석력 평가에 있다. 제시문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이해하는지, 이를 활용해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답안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작성하는지 등이 주된 평가 요소다. 답안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인문계열 논술문제는 △요약형 △평가형 △설명형 △대안제시형 △자료해석형 등 크게 다섯 가지 형태로 출제된다. 이 중 자료해석형 문제는 대개 평가·설명형 문제와 함께 출제된다. (성균관대가 최근 각 고교에 배포 중인 2013학년도 모의논술 문제를 보면 요약형·평가형·자료해석형·대안제시형의 네 문제가 출제됐다.) 채점위원들은 대개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이 충분히 들어 있는가(50%) △논리적으로 구성·전개되는가(20%) △표현·어법이 정확한가(15%) △창의적인가(15%)를 감안해 답안을 평가한다. 김 처장은 "논술 시험은 분석·논리적 답안을 요구한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창의성'이란 미명 아래 논리에 맞지 않는 비약이 있을 경우 감점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창의성을 평가하는 건 주로 대안제시형 문제입니다. 그런데 창의성에만 집착해 지나치게 독특한 주장을 펼쳐 감점 당하는 학생이 적지않아요. 우리가 요구하는 건 '주어진 제시문의 아이디어를 심화하거나 다른 영역으로 확대·적용하는' 측면의 창의성입니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균관대 논술시험을 치를 때 지원자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김 처장은 "논제에서 묻지 않는 것, 제시문에 없는 내용은 쓰지 말 것"을 주문했다. "1번으로 출제되는 요약형 문제에서 이런 잘못을 범하는 지원자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요약형 문제는 제시문의 내용을 왜곡하지 않고 핵심 논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자기 견해를 쓰거나 제시문에 나오지 않은 관련 지식을 쓰는 학생이 많아요. 대부분 학원 등에서 관련 주제를 공부한 학생이죠. 요약형 문제에선 제시문에 나온 핵심어를 활용,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자신의 말로 바꿔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연계 논술은 수학에서 두 문제, 물리·화학·생물에서 각 한 문제씩 출제된다. 과학 문제는 지난해부터 통합교과형이 사라지고 단일교과형으로 출제되고 있다. 주제도 철저하게 고교 교과과정 내에서 선택한다. 김 처장은 "출제위원들이 고등학교 교과서만 갖고 합숙에 들어갈 정도"라고 덧붙였다. "자연계 논술에선 시험지에 문제를 풀고 답안지에 옮겨 적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러지 마세요. 어떤 수험생의 경우 답안지에 결론만 적혀 있기도 해요. 시험지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잘 나와 있었지만 답안지에 쓰진 못했으므로 결국 불합격했죠. 깨끗이 정리하지 못하더라도 처음부터 답안지에 문제 푸는 훈련을 하세요."

◇엉뚱한 데서 비결 찾지 마라… 최고 교재는 '교과서'

성균관대는 보통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하루 이틀 후에 논술시험을 치른다. 수능을 치른 직후엔 별도로 논술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올해는 오는 8월부터 전국 순회 설명회를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수시 지원·논술 준비법을 고지한다. 설명회에선 전년도 기출문제를 비롯, 합격 모범 답안과 잘못된 답안 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안내될 예정. 논술 채점 기준, 예시 답안이 담긴 안내 책자도 무료로 배포한다. 김 처장은 "안내 책자에 실린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채점 기준에 따라 수정·첨삭하는 공부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주요 과목 교과서를 자주 읽고 문제를 풀 때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연습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객관식 문제를 풀더라도 풀이 절차나 논리 전개 과정을 글로 써보세요. '이렇게 풀어서 이런 결론이 나왔는데 이 과정이 맞느냐'고 학교 선생님께 조언을 얻는 식으로 공부하는 방법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