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철 기자] “너무 미안합니다. 신혼 같지 않은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을 아내에게 제일 미안할 따름입니다”.
군입대 1년차 시절 12승을 거둔 데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뒤 야구 월드컵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국군체육부대(상무)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우완 사이드암 오현택(27, 두산 소속)이 신무기 장착에 대한 기쁨 한 켠으로 제대로 된 신혼의 재미를 선물하지 못하는 데 대해 아내에게 미안함을 이야기했다.
장충고-원광대를 거쳐 지난 2008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오현택은 2009년부터 1군 무대에 올라 첫 2년 간 29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5.12의 성적만을 남긴 투수다. 좋은 제구력을 갖췄으나 최고 구속이 130km대 중반에 그쳐 무브먼트를 살리고자 사이드암으로 전향한 오현택은 2010시즌 후 상무 입대를 선택했다.
상무는 오현택에게 기회의 땅이 되었다. 지난해 오현택은 상무 에이스로서 12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3.12의 성적을 올리며 15승을 올린 경찰청 우규민(LG)과 함께 군 팀 잠수함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다. 시즌 후에는 파나마 야구월드컵 대표로 뽑혀 세미프로리그를 운영하는 등 세계 야구계 복병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호주에 영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오현택은 10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2.79(12일 현재)를 기록하며 상무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북부리그 다승 1위에 평균자책점도 3위. 비록 퓨처스리그지만 경기 내용 상으로 굉장히 뛰어나게 발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오는 9월 3일 제대하는 투수인 만큼 두산이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펼친다면 투수진의 다크호스가 될 만한 투수다.
지난 10일 두산 소속 상무 동료들인 이현승, 원용묵, 유희관 등과 잠실구장을 찾은 오현택은 “몸 상태는 지난해보다 좋다. 3kg 정도 체중이 불었고 최고 구속도 141~142km까지 올라왔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오현택은 직구-슬라이더-커브 기본 패턴에서 서클 체인지업과 싱커를 장착했다며 기뻐했다.
“입대한 뒤 서클 체인지업이랑 싱커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서클 체인지업은 아직 완성도가 80%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왼손 타자용으로만 쓰고 있습니다. 싱커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땅볼 유도형 구질로 쏠쏠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힘 조절로 구속 변화를 주는 데도 집중하는 중입니다. 8일날 KIA전에서 8이닝 1실점 승리를 했는데 그 때 싱커 덕분에 공을 103개 정도 밖에 안 던졌습니다”.(웃음)
지난해 12월 18일 오현택은 2세 연상의 이지영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군인 신분이라 해외 신혼여행은 꿈도 꿀 수 없어 같은 날 식을 올린 동료 이현승 부부와 함께 잠시 제주도에 간 것이 신혼여행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대로 복귀, 아내 얼굴보다 박치왕 감독 또는 동기 병장과 후임들의 얼굴을 훨씬 자주 보고 있는 새신랑 오현택이다.
“결혼을 하니 마음이 편한 것도 있고 가장이 되니 조금 더 마운드에서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너무 미안합니다. 지금쯤 신혼 생활을 만끽하고 있어야 할 때인데 신혼 같지 않은 신혼을 보내고 있으니”.
‘아프지 않고 순조롭게 기량을 끌어올려 제대 후 팀에 확실한 보탬이 되겠다’라는 오현택. 아내를 두고 자대로 복귀한 오현택이지만 그의 오른팔에는 이전보다 더 크고 뜨거운 책임감이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