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종교 갈등으로 대규모 유혈충돌이 발생해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가 최근 진행돼온 민주화와 개혁·개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라카인주(州) 등 미얀마 서부에서는 최근 불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서로 살해하고 가옥에 불을 지르는 등 소요와 테러가 이어지면서 11일까지 적어도 17명이 숨지고 가옥 수백여채가 불에 탔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전날 국영 TV 연설을 통해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사 통제를 시작했다.

AP통신은 이번 폭동이 미얀마에 개혁을 추진하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최대 규모로, 테인 세인 정부를 지지해온 서방 국가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단을 파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세인 대통령도 연설에서 "(종교 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정부적 보복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이 지역의 상황이 통제되지 않으면 자신이 작년부터 추진해온 민주화 개혁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에 투입된 군인과 경찰은 11일 잿더미로 변한 주택가를 돌며 시신을 찾아내는 등 수습 작업에 착수했다. 현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마 온 메이(42)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충돌에 대한 우려로 아직도 많은 주민이 숨어 지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충돌은 라카인주의 압도적 다수파인 불교도와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로힝야족(族) 사이에서 빚어졌다. 지난달 무슬림 3명이 불교도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지고, 불교도들이 지난 3일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슬람교도 10명을 집단폭행한 것이 발단이었다.

라카인주에는 현재 약 80만명의 로힝야족이 살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수 세기 전 이곳에 정착했지만,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인접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불법 이주민으로 간주하고 있다. 유엔은 이들을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