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두원 기자]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콘세이상, 주앙 핀투 등 U-20 FIFA월드컵을 2회(1989, 1991) 연속 제패한 '황금세대'의 출현 이후 각종 메이저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꼽혀왔던 포르투갈. 여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27, 레알 마드리드)라는 세계 최고 레벨의 선수까지 더하며 세계축구의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건만 포르투갈은 지난 10여 년간 월드컵 및 유럽선수권 대회 등 메이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아쉬웠던 지난 세월을 뒤로 하고 유로2012를 통해 무관의 설움을 털어버리려 했던 포르투갈은 그러나 유로2012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에 0-1로 패하며 정상 등극의 꿈에 또 한 번 먹구름이 끼게 됐다.

포르투갈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르비프의 아레나 르비프에서 벌어진 경기서 독일과 치열한 공방전 끝에 후반 27분에 마리오 고메스에 헤딩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페페와 나니의 슈팅이 잇따라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 속에 무릎을 꿇었다는 점에서 더 쓰라린 패배였다.

이제 단 한 경기를 마쳤을 뿐이라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번 대회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한 포르투갈로서는 독일전 패배로 8강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간 포르투갈은 세계 최고의 스쿼드를 가지고도 번번이 메이저대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왔다. 루이스 피구가 앞장 섰던 유로2000에서는 프랑스와 연장 접전 끝에 트레제게에 골든골을 얻어맞고 4강에서 탈락했고, 2002월드컵에선 한국에 패하며 16강에조차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자국에서 벌어진 유로2004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승까지 승승장구하며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쥘 절호의 찬스를 맞았으나 '복병' 그리스에 막혀 결국 김빠진 준우승에 머물렀다. 불운은 2006월드컵과 유로2008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포르투갈은 당시 두 대회에서 모두 독일의 벽에 막혀 각각 4강과 8강에서 탈락했다. 스페인에 패해 16강에서 짐을 쌓던 2010월드컵 또한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만하면 '징크스'라는 말을 붙여도 이상할 게 없다.

물론 이번 대회 역시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또한 제대로 폭발만 해준다면 그 어떤 상대도 두렵지 않을, 호나우두라는 최고의 무기를 가진 포르투갈은 여전히 정상의 꿈을 꿀 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악연의 독일을 만나 또 한 번 패배의 쓴맛을 본 그들은 이제 또 한 번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당장 8강 진출을 염려해야 되는 상황에서 포르투갈은 오는 14일 네덜란드를 꺾은 덴마크와 2차전을 벌인다. 승리한다면 네덜란드와의 마지막 3차전 승부를 통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패하거나 무승부에 그친다면 8강을 장담할 수 없다. 역대 메이저 대회에서 번번이 중요한 고비에서 미끄러졌던 포르투갈로선 다시 한 번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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