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는 게 뭐요? 이쪽 세상에 신세 진 사람들이 있어 내 그 은혜를 어떻게 갚나 했는데, 이렇게 하면 되오?"
최근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촬영장 스태프들에게 이런 문구가 쓰인 도시락이 배달됐다. 드라마 주인공 지현우의 팬들이 '쏜(한턱 낸다는 뜻)' 것이었다. 팬들은 도시락 포장지에 앞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일일이 붙였다. 조선시대 선비 '김붕도'를 연기하는 지현우의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팬들은 삼계탕 등이 나오는 밥차와 커피차(트럭을 개조한 간이 카페)까지 촬영장에 보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 '조공(朝貢)'을 보내는 팬들의 통이 커지고 있다. 조공은 원래 속국이 종주국에 바치던 예물을 뜻한다. 요즘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스타의 촬영장에 보내는 간식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팬들이 연예인에게 선물을 보내는 일은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백만원을 모금해 100여명이 넘는 드라마 제작진에게 식사·선물을 제공하는 등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MBC '닥터진' 주인공 송승헌의 팬들은 최근 촬영 현장에 바비큐 100인분을 보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JYJ 김재중의 팬들도 뷔페식 밥차를 '쐈다'고 한다. 제작사 관계자는 "팬들이 배우 소속사를 통해 촬영 일정과 장소를 미리 확인하고 식사나 간식을 보내온다"고 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팬들이 '조공'을 전달하는 과정이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올라오기도 한다. 지난달 종영한 MBC '더킹 투하츠'의 주연 이승기 팬들은 장어·로브스터구이 등이 들어간 도시락과 스태프들을 위한 모자, 거품치약, 세면도구 세트 등을 전달했다. 선물 준비 과정부터 이승기가 선물 앞에서 찍은 '인증샷'까지 자체 게시판에 상세하게 올라와 있다. SBS '옥탑방 왕세자' 팬들은 종영(終映) 파티에 배우와 스태프 등 100여명에게 선물로 줄 보온컵과 음료, 케이크, 화환 등을 보냈다. 화환에는 극 중 왕세자를 연기한 박유천의 말투를 흉내 내 "벌써 종방이라니… 주리를 틀고 싶구나!"라는 문구를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