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개막 10주년(5월 31일)이 누구보다 설레는 남자가 있다. 축구 자료 수집가 이재형(51·사진)씨다.

이재형씨는 '홍명보 4강 볼'을 한국으로 가져온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이씨는 2006년 이집트 카이로로 직접 날아가 한일월드컵 8강전 한국―스페인전의 당시 주심이었던 가말 간두르씨로부터 공을 받아 왔다. 홍명보 현(現)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승부차기로 한국의 월드컵 4강행(行)을 확정했던 바로 그 공이었다. 이씨는 "간두르 주심이 월드컵이 끝난 뒤 오심을 주장하는 스페인 언론에 꽤 시달렸는데 당시 한국 쪽에서 변호를 해주지 않아 마음이 상해 있었다"며 "이 공은 한국에 있어야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오랜 시간 설득하자 가족회의를 거쳐 나에게 공을 넘겨줬다"고 했다.

29일 찾은 이재형씨의 집엔 '홍명보 4강 볼' 외에도 2002년 한일월드컵을 추억할 수 있는 수많은 물품이 있었다.

온통 붉은 물품 속에 까만 심판복이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비론 모레노 심판이 입었던 것이다. "2004년 에콰도르로 가서 받아온 것이에요. 환심을 사기 위해 모레노의 흉상을 동판으로 떠서 선물로 줬습니다." 당시 함께 찾은 안정환의 골든골 공과 모레노가 토티(이탈리아)에게 내민 레드카드는 이씨가 수원월드컵경기장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재형씨는 그동안 전 세계 30여개국을 돌며 4만여점의 축구 자료를 수집하느라 아직 미혼이다. 그는 한일월드컵 개최 10주년을 맞아 '22억원짜리 축구공(미래를소유한사람들)'이란 책을 냈다. 책 제목은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했을 때의 공이 2006년 카타르 왕족에게 22억5000만원에 팔린 것에서 따왔다. "2002년만큼 대한민국이 행복했을 때가 또 있을까요? 언젠가 축구 박물관을 마련해 제 수집품들을 전시하고 사람들과 함께 보면서 웃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