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오른쪽 네번째) 일행이 신라(5세기) 황남대총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스웨덴 국왕인 칼 구스타프 16세(66)가 29일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방한 일정에는 여수엑스포 방문과 국립현충원, 전쟁기념관, 청와대 방문 등이 있지만 구스타프 국왕은 한국에 도착한 첫날 국립 중앙박물관을 찾았다.

국왕 내외는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동행하며 신라시대의 황남대총 금관, 삼국시대의 반가사유상, 고려시대의 경천사 10층 석탑, 고려 철불과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 등 국보급 유물을 관람했다.

구스타프 국왕의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은 지난 2월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한국실 공식 개관식 때 최 장관과 한 약속에 따라 이뤄졌다. 구스타프 국왕은 당시 개관식 축사에서 자신의 친할아버지와 한국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며 한국과 스웨덴의 우애를 설명했다. 이에 고마움을 느낀 최 장관이 "한국에 와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오시라"고 초청했고, 국왕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스웨덴 동아시아 박물관 한국실에 전시된 신라시대 금귀걸이 한 쌍에는 구스타브 국왕의 할아버지인 구스타브 아돌프 6세의 손때가 묻어 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던 중 직접 발굴해 스웨덴에 돌아가 이 박물관에 기증한 금귀걸이다.

고고학자인 구스타프 6세는 왕세자 시절인 1926년 신혼여행차 아시아를 여행하던 중 한국을 방문해 경주에서 진행되던 ‘서봉총’ 발굴에 참여했다. 그는 출토된 금관을 손수 채집했는데, 이 금관에는 세 마리의 봉황 모양이 장식돼 있었다. 서봉총이란 이름은 스웨덴의 한자 표기인 '서전(瑞典)'과 출토된 금관에 장식돼 있던 '봉황(鳳凰)'에서 한 글자씩 따서 붙인 것이다.

구스타프 16세 국왕은 1968년 스웨덴 웁살라대학 경제학과를 나와 27세인 1973년에 즉위했다. 1977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스카우트지원재단 명예 총재로서 스카우트 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오는 6월 1일 일본으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