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자락에는 '영빈관'이란 이름의 고깃집이 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으로 지어져 일반음식점이라기보다는 궁궐 같은 이곳은 원래 '선운각'이란 이름의 요정. 1960~1970년대 밀실 정치의 산실이었다. 1970년 의문의 피살을 당해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정인숙씨가 선운각 종업원이었다.
삼청각·대원각과 더불어 3대 요정으로 꼽히던 이곳은 한정식집을 거쳐 고깃집으로 바뀌었고, 일부는 소유주인 할렐루야 기도원이 기도원과 사택으로 쓰고 있다.
강북구가 북한산 일대에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선운각'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할 수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민간 소유이나 근현대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곳인데 활용할 방법이 없는지 아쉽다"고 했다.
'선운각'을 제외하더라도 북한산에는 역사·문화유산이 널려 있다. 북한산에는 고려말 왜구의 잦은 침략으로 전남 강진에 있던 청자 도요가 붕괴되자, 일부 도공들이 북한산에 자리 잡으며 이뤄진 청자 가마터가 12곳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산 우이분소 부근에는 3·1 만세 운동 발원지인 '봉황각(鳳凰閣)'이 있다. 1912년 의암 손병희 선생이 세웠다. 이곳 앞쪽 50m 지점에는 손병희 선생 묘소가 있고,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다가 순국한 이준 열사를 비롯해 여운형·이시영·김창숙 선생 등 16기 독립유공자 묘역이 일대 '순례길'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강북구는 9월쯤 순국선열 자료 등을 전시할 '근현대사역사박물관(가칭)' 연구 용역 발주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장기 과제로 북한산의 역사적 재발견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