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전방조종석에 앉은 '6세 파일럿' 이강일군은 조막만 한 손으로 조종간을 잡고 계기판 단추를 부지런히 눌렀다. 함께 조종석에 앉은 오병훈(31·공사 51기) 대위가 "여기 추력 조절장치를 당기면 하늘로 날아간다"고 하자 이군은 왼손으로 조절장치를 꼭 잡았다. F-15K 탑승은 백혈병 투병 중인 이군의 꿈이었다.

이군은 작년 1월 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군이 항암치료 등 힘든 투병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전투기 파일럿이 되겠다"는 꿈에서 나왔다. 이군의 아버지 이준범(38)씨는 "아들은 전투기 사진을 보고 기종을 맞출 정도로 전투기 마니아"라며 "한국 최고(最高) 전투기인 F-15K를 타는 게 소원이라고 항상 말해 왔다"고 했다.

이강일(6)군과 오병훈(31) 대위가 F-15K 조종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군의 부모는 작년 4월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사연을 보냈고, F-15K 대대인 공군 제11전투비행단 102전투비행대대에서 이군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나섰다.

23일 어린이용 조종복을 입은 이군은 102대대장인 박승철(44·학군 19기) 중령에게 거수경례로 '전입신고'를 했다. 이군은 대대장이 직접 달아준 102대대 청룡마크와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걸고 F-15K에 올랐다. 공군은 이군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실제 비행은 하지 않고 고음이 나는 시동도 안 켰지만, 이군은 진지하게 조종 훈련에 임했다. "이 큰 전투기가 어떻게 하늘로 날아요?" "미사일은 어떻게 날아가나요?" 등 질문도 쏟아냈다.

이군은 먼발치서 이륙하는 F-15K를 바라보며 "다음에는 진짜 조종하고 싶다"고 했다. 이군의 아버지 이준범씨는 "아들이 빨리 건강을 되찾아서 오늘 받은 명예대대원증 말고 진짜 대대원증을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