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국제꽃박람회가 시작된 지난 4월 26일 이후 일산지역은 자동차로 홍역을 앓았다. 특히 호수공원의 꽃박람회와 킨텍스 건축박람회가 겹친 4월 마지막 주말과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산 일대가 거의 마비상태였다. 호수공원과 킨텍스 자체 주차장은 물론 임시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킨텍스 지원부지 공터도 주차하기 위해 늘어선 차량들과 통행하는 차량이 맞물려 호수공원 인근에서 킨텍스IC까지 3㎞ 내외 이동하는 데만 40여분이 소요될 정도였다.
◇밀집된 지역에 대형 관광시설 잇따라
고양시가 향후 상시적인 교통대란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 특히 주차장 문제가 교통대란의 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일산에는 타지역 사람들이 즐겨찾는 명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고의 호수공원, 이곳에서 개최되는 국제꽃박람회, 그리고 지난해 제2전시장을 개장한 킨텍스가 대표적이다. 13일 막을 내린 꽃박람회에는 18일 동안 56만여명(무료 2만명 포함)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특히 지난 4월 29~30일엔 이틀간 13만명이 몰렸다. 또한 꽃박람회가 시작한 첫 주말인 28일부터 4일간 킨텍스에서 열린 건축박람회에도 5만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하지만 이 많은 방문객들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호수공원 1~4주차장 939대, 킨텍스 1·2전시장 4262대 뿐이다. 넘치는 차량들을 소화하기 위해 킨텍스지원부지 일대 공터인 토사부지가 임시주차장(5군데 총 1만2000대 주차 가능)으로 활용됐다. 꽃박람회에 온 관광버스들도 임시주차장 말고는 차를 댈 곳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임시주차장일 뿐, 조만간 개발이 진행되면 주차장으로는 전혀 쓸 수가 없다.
여기에 조만간 대형 관광시설들이 개장, 더욱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에는 스노파크와 워터파크를 갖춘 '원마운트',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2배에 이르는 '일산씨월드 아쿠아리움'이 개장한다. 시간이 좀 더 소요되겠지만 한류월드, 차이나타운, K-Pop 공연장 등도 추진되고 있다. 이 시설들은 모두 일산 장항동·대화동에 밀집해 있다. 일반 오피스 건물과 달리 이런 상업시설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원마운트는 주차장 규모 1989대(법정한도 940대), 아쿠아리움은 400대(법정한도 194대)로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성수기 때는 자체 주차장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일산에서 상가가 가장 활성화된 곳 중의 하나인 장항동의 복합상업시설인 웨스턴돔도 당초 주차 법정한도는 862대였다. 하지만 실제 주차공간을 1096대 규모로 늘렸지만 몰려오는 차량들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일산에서 제일 먼저 대규모 상업시설로 조성된 라페스타의 경우는 6개동 각각 자체 주차장 외에도 4개의 공영주차장이 별도로 조성돼 있다. 라페스타를 자주 방문한다는 진현국(51·일산서구 탄현동)씨는 "라페스타에 공영주차장이 없었다면주차난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 문제는 지난 4·11 총선 때도 공약으로 제기됐다. 고양시 일산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진용근 후보는 "주말이면 항상 호수공원에 인파가 넘치는 데다가 꽃박람회나 킨텍스 모터쇼 등 대형 전시회라도 있는 날이면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며 "향후 한류월드·킨텍스 지원부지 일대가 모두 개발되면 일산은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씨는 "장항동 롯데백화점 앞 문화광장을 지하로 파서 대형 주차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시설을 상업시설로 하면 민자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당시 다른 이슈에 파묻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고양시설관리공단 교통사업부 A모 부장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임시주차장 부지가 조만간 다 개발되면 주차문제가 엄청 심각해질 것"이라며 "호수공원 주차장의 지하를 개발한다든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 "주차장 법정한도만 지키면 돼"
하지만 정작 이런 문제를 대비해야 할 고양시는 "문제없을 것"이라는 태도이다. 시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교통정책과 B과장은 "킨텍스지원부지와 한류월드 일대는 민간사업자들이 법정 주차대수를 맞춰 건물을 지으면 문제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법정한도는 최소설치 기준'일 뿐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또 B과장은 "다만 꽃박람회 때 호수공원 주차장이 모자라는 게 문제인데 그것도 꽃박람회 사무국 소관사항이지 시에서 나서서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주차장과 관련해 시가 다른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100만 가까운 시민이 살고 있는 고양시의 10년뒤는 커녕 3년 뒤, 5년 뒤 모습을 생각해보려 하지도 않고 있는 공무원들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답답해한다. 지금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킨텍스지원부지를 모두 매각할 생각만 하지 말고 일부 부지를 대형 주차타워로 조성하든지, 문화광장에 지하주차장을 조성하든지 뭔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박상우 박사는 "교통정책은 기본적으로 주차장을 유료화하고 대중교통으로 유도하는 한편,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지능형 교통시스템)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주차장의 빈공간이 실시간으로 어디에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하지만 대규모 상업시설이 조성되는 지역에는 이런 조치만으로는 주차문제가 해소될 수 없기 때문에 공영주차장 건설을 병행하는 정책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