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가 다시 돌아온다. 1985년 척박했던 한국 사회를 1집 앨범 ‘행진’ 한 장으로 뒤흔들어 놓은 전설의 밴드다. 1987년 돌연 해체한 이후, 2000년 원년 멤버 전인권·최성원·주찬권이 다시 모여 공연한 적은 있지만, 전인권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이들의 재결성 여부는 오랫동안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전인권·최성원·주찬권 세 사람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중음악이란 것이 대체 왜 생겨난 것인지, 우리가 다시 보여주겠다. 오는 7월부터 전국 투어 공연을 하겠다”고 했다. 세 사람의 얼굴엔 세월이 스치고 간 흔적이 주름으로 남아 있었지만, 목소리만은 청년처럼 카랑카랑했다.

최성원은 “우리는 전설이라는 이름을 버리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과거의 영광에만 연연하고 싶지 않다. 음악 앞에서 다시 소년이 되고 싶었다.”

전인권은 “우리 음악을 세계무대에 보여줄 때가 됐다고 본다”고 했다. “예전엔 어린 치기로 노래했다면, 이젠 연륜이 생겼다. 사랑으로 노래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 그는 또 “마약 하고 다닐 땐 연습 같은 거 안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도 했다. 새 앨범은 천천히 만들겠다고 했다.

주찬권은 “준비한 곡이 있긴 하지만, 이를 앨범으로 내놓으려면 최소한 6개월은 넘게 걸릴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최성원은 “우리 음악을 다시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고도 싶다”며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궁극의 비지찌개가 어떤 맛인지 아이들에게 다시 먹여주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했다. “빅뱅과도 같이 공연해 보고 싶다. 공연하는 모습이 누가 더 멋진지, 겨뤄볼 만 하지 않을까.” (웃음)

‘파격 발언’도 있었다. 전인권은 돌연 “그동안 내가 여러 사람을 당황하게 했다. 사과하겠다. 잘못했다”고 했다. 지난 1987년부터 다섯 차례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과거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 것. 이에 최성원은 “사과할 줄 모르던 인권이가 이런 말을 한다. 많이 변했다”고 웃으면서 응수했다.

숱한 음악 팬을 공연장에서 전율케 했던 이들이다. 27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근사할까. 전인권은 짧은 노래 한 소절로 답을 대신했다. “The road is long with many a winding turn….” 더 홀리스(The Hollies)의 ‘히 에인트 헤비, 히즈 마이 브라더(He ain’t heavy, He‘s my brother)’. 듣는 순간 온몸에 찌릿, 전기가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