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기장인 최모(56)씨는 지난 2008년 11월 7일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J항공 비행기를 조종했다. 최씨는 비행 전 탑승객 명단을 훑어보다 깜짝 놀랐다. 자기가 좋아하는 개그맨 김대희(38)씨가 명단에 올라 있었다. 김씨는 당시 방송사의 유명 개그프로그램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
최씨는 탑승객이던 김씨를 자신이 있는 조종석에 함께 타게 했다. 항공법에는 안전을 위해 비행기 조종실에는 승무원이나 항공사 운항본부가 출입을 허가해준 사람만 태울 수 있는데, 최씨가 법을 어긴 것이었다. 최씨가 모는 비행기는 무사히 김포공항에 도착했지만, 한 달쯤 뒤인 같은 해 12월 J항공 내부의 제보로 인해 최씨는 항공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게 됐다.
제보를 한 사람은 자신을 '제주시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이라고 밝혔고, 내용은 "최씨가 연예인을 조종실에 무단으로 탑승시켰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 초 열린 J항공 인사위원회는 진상조사를 거쳐 최씨에게 비행정지 및 권고사직 처분을 내렸다. 항공사는 한 달 후 최씨를 해고했다. 그러자 최씨는 "회사가 너무 가혹한 처분을 내렸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은 다른 항공사들에서도 조종실 무단 출입사례가 있었지만 정직처분만 내렸다면서, "최씨를 해고까지 한 것은 과도하므로 해고는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정종관)는 "항공기의 특성상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특히 조종실 내부안전은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전체의 안전과 직결돼 있다"며 "해고처분이 과하다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씨가 이륙 전부터 개그맨 김씨를 조종석에 탑승시켰고, 착륙해서 항공기를 세워놓을 때까지도 개그맨이 있는 상태에서 운항을 계속한 점은 항공법 위반의 정도가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