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십일조를 ATM으로 입금하시겠습니까.”
20일 오후 한 네티즌은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교회 현금입금기’란 제목으로 사진 네 장을 올렸다.
첫 번째 사진에서 한 여성은 일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보이는 기계 앞에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기계 위에는 ‘오륜교회’라고 적혀 있다. 두 번째 사진에서 역시 한 남성이 이 기계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현금을 세고 있고 기계 위에는 ‘헌금하시는 곳’이라고 쓰여 있다.
세 번째, 네 번째 사진은 이 ATM기 화면 사진으로 화면에는 십일조·선교헌금 등의 기능이 표시돼 있다.
교인 수가 1만여명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동구의 오륜교회는 2007년 6월 교회 내에 ‘헌금 자동 입금기’를 설치했다. 헌금 자동 입금이란 말 그대로 기존의 헌금 봉투가 아닌 ATM기를 통해 자동으로 헌금을 교회 계좌로 입금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금 자동 입금기에서는 선교헌금과 십일조, 감사헌금과 주일 헌금 등을 구분해 입금할 수 있다. 헌금한 것을 드러내길 원치 않은 성도들을 배려한 ‘무명헌금’ 기능도 있다.
ATM기 설치 당시 교회 측은 "평소에 마음은 있지만, 미처 헌금을 챙겨 오지 못한 성도들이 많은데다 현금보다 카드 사용에 익숙한 청년들도 많아 성도들의 편의성 측면에서 헌금 자동 입금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설치 배경을 밝혔다.
또 교회 측은 "성도들의 편익뿐만 아니라 헌금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며 "헌금 내역이 자동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헌금의 불법적인 사용이 불가능하고 또한 성도들이 언제든지 자신의 헌금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기부금납입증명서도 쉽게 발급해 줄 수 있다"고 했다.
헌금 자동 입금기를 본 네티즌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대다수 네티즌이 "교회 헌금까지 이런 식으로 내는 건 지나치게 세속화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피*’는 “계신다면. 하나님이 저걸 보고 뭐라 생각하실지…”라고 했고, 아이디 ‘혜******’은 “정말 교회 안 믿는 걸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썼다. 한 네티즌은 “(주)예수. 인간적으로 세금이라도 좀 내라”라고 했다.
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Do********’은 “예배 시간에 헌금통 돌리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헌금 내역도 투명하게 관리될 것이고요. 새로운 것이다 보니까 우스워 보이긴 하지만 이왕 헌금을 한다면 저건 상당히 좋은 관리법이죠”라고 썼다. 아이디 ‘Q****’은 “교회 이용자들이 십시일반 해서 시설을 이용하고 목사를 고용하는 겁니다. 예배 서비스를 받고, 각종 강의를 듣고, 몇 시간 동안 교회 시설을 이용했다면 헌금 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